한국일보

가난과 부의 모순

2011-06-11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부자로 오래오래 살기를 원한다. 이것만 갖추어진 사람이라면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세상이다. 건강하면 가난하다든지, 가난하면서 오래 산다든지 하는 것이 우리네 생이다. 하지만 건강하게 부자로 오래 사는 사람들도 있음엔 틀림없다. 정말 복 받은 사람들이다.

세상사는 동안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는 부자로 살면서 이웃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며 사는 삶이다. 반대로 가장 궁한 것 중의 하나는 가난하게 살면서 늘 이웃에게 도움을 받으며 사는 삶이다. 그러나 가난하게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인데 그 가난이야말로 임금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인류가 가진 숙제 중의 하나다. 이 숙제는 아마 지구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지구의 멸망은 인류의 종말을 뜻한다. 캠핑목사가 지난 5월21일 지구의 종말이 오겠다고 한 그런 예언이 아니다. 지구의 나이가 다하여 지구가 깨어지는 날, 아니면 태양이 부풀어 올라 그 뜨거움이 지구에 다가오는 그 날이 인류의 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구의 종말이 올 때까지도 풀리지 않는 인류의 숙제가 될 것인가. 가난과 부의 문제다. 가난과 부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류가 시작된 그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아니 지구의 종말이 오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 중의 하나다. 유엔(U.N.)에서 아프리카를 포함한 극빈지역을 가난에서 구출해보려 하나 그 성과가 미약하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이 지난 1일 발표한 ‘전 세계 보고서’의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전 세계 가구의 1%에도 못 미치는 백만장자 가구들이 지구촌 부의 39%를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0년도 전 세계 각국의 백만장자 가구는 2009년도에 비해 12,2%가 증가했다. 1,250만 가구의 이들은 전체 가구 수의 약 0.9%에 불과할 뿐이다. 백만장자 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총 520만 가구로 미국이다. 그 뒤를 이어 일본, 중국, 영국, 독일이 따르고 있다. 이들 중 자산이 1억 달러가 넘는 슈퍼 부유층 가구가 미국이 2,692가구로 가장 많다. 백만장자 가구 중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시아의 싱가폴로 15.5%며 그 다음이 스위스로 9.9%이다.

전 세계 부의 규모는 2010년 한 해 동안 약 8%가 증가해 121조8,000억 달러이다. 지역별 분포로는 북미 대륙의 자산이 전년 대비 3조6,000억 달러가 증가한 38조2,000억 달러이며 전 세계 자산의 약 3분의 1이 북미(미국과 캐나다)에 집중돼 있다. 여기서 규정한 백만장자는 100만 달러 이상의 현금 등을 보유한 개인이나 가구를 뜻한다.북미에 3분의 1이 집중된 전 세계의 부 중엔 한인들의 부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한인중 백만장자들은 볼 수 있다. 현금이나 현금가치의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만 있으면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니 그렇다. 그런데 풍요속의 빈곤이라 했던가. 미주에 사는
한인 7명중 1명이 빈곤층에 속한다는 보고가 있다.

메릴랜드대학의 아시안-아메리칸 스터디프로그램(AAST)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내용이다. 2009년 말 미주전체 한인의 빈곤층 비율은 14.1%로 미국 내 아시안 평균 빈곤비율인 10%보다 4%가 높게 나왔다. 미국 전체 평균 12.6%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한인 노인 빈곤비율은 30.9%로 노인 3명 중 1명이 극빈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복중의 복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부를 누린다면 복의 복중의 복이다. 1%에도 못 미치는 부자들이 전 세계 부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99% 인류가 61%의 부를 나누어 갖고 산다. 엄청난 차이의 가난과 부의 모순이다. 그러나 현실인 것을 어떻게 하랴.

노자는 족함을 아는 자가 정말 부자라고 했다. 아무리 가난해도 그 가난마저도 만족해하며 사는 자가 부자며 아무리 부자라도 만족하지 못하다면 부자가 아니란 뜻이다. 또 노자는 인생 최고의 행복은 무욕(욕심없음)에 있으며 사자(죽은자)의 무욕이 도(道)의 무욕과 일치한다고 설파했다. 풍요 속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물질이 풍요치 않아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말아야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