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메리칸 드림, 복권 드림

2011-06-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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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6월초에 한인들도 자주 가는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롱아일랜드 멜빌 지역 매장의 20명 직원이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2억 달러 파워볼 복권 행운의 주인공들은 당첨 복권이 나온 문구점에서 최소 10달러이상의 복권을 정기적으로 구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당첨 복권 금액은 2억 200만 달러이며 20명이 공동분배하면 일인당 1,000만 달러(세금 별도)씩 배당된다고 한다.

마 전에도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이 신을 믿지 않는 아들의 복권 당첨 기도 덕분에 실제로 10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모자가 함께 아틀랜틱 카지노를 찾았을 때 아들은 “신이 있다면 어머니가 100만 달러를 갖게 해달라”는 즉흥 기도를 한 다음날 자선경매 현장에서 구입한 복권이 기적처럼 당첨된 것이다.100만 달러의 거금을 손에 쥔 20대 아들은 “신이 기적을 보여줬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세금을 제한 연간 3만 3,000달러씩 20년간 당첨금을 나눠 지급받는다.

1,000만 달러 주인공들은 그 돈을 어떻게 쓸까? 100만 달러를 갖게 기도한 그 아들은 교회에 나가고 있을까? 총 6개의 번호를 맞추어야 하는 메가밀리언 복권의 경우 당첨 확률은 1억 7,597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제아무리 복권을 사도 안된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일확천금을 향한 사람의 허욕은 숨길 수가 없어 1등 당첨자가 연속 나오지 않아 당첨금 액수가 수천 억 달러로 올라가면 전국적으로 복권 구입 열풍이 분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그런 날은 단체로 복권 구입을 하는데 어쩌다 구입하고 있고 역시나 늘 꽝이 되고 만다. 그래도 직원 중 누가 외근 중이라면 먼저 돈을 내어 복권을 사주는 의리가 있다. 혹시 자신이 자리를 비운 새 다른 직원들이 모두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해보라,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 그래서 외근자는 당첨이 안되었어도 미리 내준 직원에게 고맙다며 복권 값을 준다.그럴 때는 잠시 달콤한 꿈을 꾼다. 1,000만 달러로 무엇부터 하지? 직장을 그만 두고 놀아? 아니지 그러면 소문 나. 여기저기서 다 도와달라고 할텐데, 당분간 조용히 지내야지. 집과 차 모기지 부터 갚고, 크레딧 카드 빚 청산하고, 빌딩을 살까? 해외여행을 떠나? 신세진 이들한테도 좀 나눠줘야지 등등 온갖 궁리를 다할 것이다.

이렇게 복권 열풍이 불 때면 어려서 늘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노래가 생각난다.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백금의 보석반지 하나 살테야/그리고 텔레비도 한 대 사놓지/그거 참 좋아요, 너무 좋아 말아라/아서라 백만원에 헛꿈 꾸다가/다 썩은 라디오가 하품을 하겠네/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그랜드 피아노 한 대 살테야/그리구 자가용도 한 대 사놓지…...”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 노래는 1930년대에 김정구·장세정이 부른 노래가 원곡이고 1960년대에 여러 듀엣들이 다른 버전으로 불렀다. 1960~70년대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 노래, 다들 못살고 가난하던 시절이라 보석반지, TV, 그랜드 피아노, 자가용 등이 희망이었다. 이는 우리가 지금 다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에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이 500원이었으니 100만원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청운의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와서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고생했건만 장기적 불경기로 비즈니스가 안되어 집과 가게 모기지에 허덕이고, 파산까지 하는 자영업자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기 바쁜 직장인들, 투잡, 트리잡 뛰며 일해 근근이 먹고살지만 노후 대책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말한다. “우리같은 주급장이한텐 복권 밖에 없어”, “내 아메리칸 드림은 복권 드림이야”. 정녕, 그런가? 그렇다 해도 너무 빠지지는 말자. 꿈을 깨고나면 더 허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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