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그러진 결혼관

2011-06-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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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아스토리아)
한 친구가 재력가 집안으로 시집간다는 부러움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으나 이메일로 파혼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이유는 혼수, 함 때문에 양가마찰로 파경까지 맞은 것이라고 한다. 21세기에 이 얼마나 한심한 이유인가. 돈과 권력이 결혼에 있어서 절대적인 보증수표가 아닌 것은 하루 건너 각계 인사들의 불륜스캔들이 증명하고 있다. 이를 보며 어머니들은 그저 남들 이야기일 뿐, 그래도 내 딸은 돈 많은 모 인사와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내 자식도 재벌가의 자녀를 데려오기를 원하는 어머니들께 한마디 하고 싶다.

혼사에 있어 사돈될 집안의 돈 보다 부모로서 얼마나 높은 인격을 갖추었나 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 집안이 얼마나 우애있고, 화목한가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대부분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며 크기보다 컴퓨터나, 게임기같은 기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류대학을 졸업했어도,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하나 없는 이들도 있다. 아무리 반 평생 모은 집 재산을 반년도 안돼 잃어버리는 2세들도 흔히 보았다. 너무 고생 모르고 커서 세상 물정 모르는 이, 시부모를 ‘베이비시터’ 보듯 하는 이, 남편에게 대접받기만 원하는 공주과도 있을 터인데, 아직도 무슨 열쇠를 몇 개 해오는가를 먼저 보시려는가.

“과거가 있는 이는 용서받아도, 미래가 없는 이는 용서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또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자녀의 반려자가 실속있는 미래를 설계하고 부모들처럼 강한 생활력으로 건실한 가정을 이루어 귀여운 손주들의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것을 더 보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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