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문화와 마케팅

2011-06-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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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경제팀 기자)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미국인들이 김치를 얘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난 1일 맨하탄 스파이스 마켓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입구에는 영화제에나 어울리는 레드카펫까지 깔려 있었고 연예인 등 약 750명이 몰렸다. PBS에서 방영중인 김치 연대기의 홍보 파티가 열린 날이었다.

신문, 잡지, TV 기자들 앞에서 장 조지 봉거리첸과 한국계 부인 마르자 등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인터뷰 내용은 거의 김치와 한국 음식에 관해서였다.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개봉을 앞둔 울버린, 휴 잭맨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치 연대기 출연 인연으로 자리에 참석한 헤더 그레이엄과 휴 잭맨은 이날 행사가 끝날때까지 3시간여동안 자리를 지키며 홍보대사에 버금갈만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소 한식 애호가로 알려진 이들은 언론 앞에서 김치뿐 아니라 한식 예찬론을 펼쳤다.


휴 잭맨은 “김치와 갈비가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라며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한국문화와 사람을 알리는데 한국 음식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쇼인 ‘리얼 하우스 와이프 오브 뉴욕시티’ 출연자 질 자린을 비롯,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사진은 한국음식을 홍보하러 왔다는 설명과 함께 6월 OK 매거진, 피플 등 미 잡지에 실렸다. 이들의 파급효과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정부와 민간단체 등이 주축이 된 한국 알리기 행사에 홍보대사로 참석한 한국의 연예인들이 생각났다.

한인들 사이에서야 화제가 될 일이지만 정작 한국은 이곳 현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이곳 기자들조차 누구인지 홍보대사의 이름도 모르니 행사 홍보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냈는지는 의문이 든다. 홍보대사로써 당사자들이야 노력은 했겠지만 결국 한국의 문화를 한인들끼리 얘기하고 끝내는 ‘우리들만의 잔치’가 됐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이 곳 사람들에게 친숙한 인물을 내세워야 우리 문화와 음식을 미국에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꼭 스타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국인들에게 알려진 인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인인사가 “뉴욕에서는 젊은이들이 김치를 먹을 줄 알아야 지식인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통해 한식과 한국 문화가 그렇게 대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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