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15와 민족통일

2011-06-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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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 영(전 언론인)

오는 15일은 화해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문을 열기 위한 남북한 정상의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열한번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민족의 화해·협력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대북강경세력의 등장과 그들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폄훼공장으로 인해 6.15의 감동과 열기는 식어가고 희석되어 지금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4.19의 감격이 5.16으로 퇴색되고 전진과 후퇴가 반복하는 곡절 많은 한국현대사에서 6.15정신도 퇴조하고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남과 북 해외동포들은 국토가 분단되어 동족이 원수처럼 대결하는 부끄러운 이 현실을 통탄하면서 열한돌이 되는 이 날을 민족의 장래운명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열망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으로 상징되는 활발한 남북교류가 백두산과 제주도 평양까지 확대하기로 예정되는 등 한때 통일의 서광이 문턱에까지 다가온 듯하던 한반도정세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근엔 북측이 남측과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냉전시대 대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등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36년 민족수난기의 지상과제가 민족해방과 조국광복이었다면 그보다 더 긴 분단 66년이 되는 이 시점의 지상목표는 두말할 것 없이 나라의 통일이다. 분단의 세월이 너무 길다보니 요즘 한국의 신세대 젊은이들 중에는 통일의 당위, 분단이 가져다주는 온갖 폐해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허무주의가 걱정스런 수준으로 팽배 확산되고 있다.


일부지식인들도 자주적 통일 노력 대신 ‘지정학적 위치’니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등등을 운운하며 통일 불가능론을 퍼뜨려 비관적 통일 포기 풍조를 확산시키고 결과적으로 반통일 세력을 돕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겪어본 경험에 따르면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철도가 연결되고 공단이 들어서며 관광, 문화교류가 이뤄졌을 때 분단의 책임당사자인 미국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진전을 방해하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정부가 북과 대화하고 화해하고 협력하며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오바마 정부도 한반도 평화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아 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미국보다 한술 더 떠 제재와 압박을 강화, 북이 붕괴하면 흡수 통일하겠다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북이 붕괴되는 이른바 급변사태를 추구하면서 기다리는 전략이 통일 방안이라고 공언하여 왔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이 실패한 것도 흡수
통일론으로 인한 상대방의 반발과 불신 때문. 이것은 북진통일론과 똑같이 위험한 발상이며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다.

북은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이래 오랜 고립과 빈곤, 내핍으로 단련되어 지금은 내성이 생긴데다 근년에는 중국의 지원을 얻어 제재의 효과는 반감되고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줄었다. 이명박 정부가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대북강경정책은 남북간의 첨예한 대결을 초래하고 자칫 전쟁을 부르게 된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남북대결의 대표적 사례. 그때 전쟁이 터졌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미국, 일본, 중국이 개입하면서 한반도는 국제전쟁터로 변하고 핵전쟁으로 이어져 수백만이 죽고 50년 피땀어린 한강의 기적은 한순간에 잿더미로 되었을 것이다.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으로 얻어질 것은 평화와 공동번영 그리고 통일이라면 대결과 전쟁은 파멸과 죽음뿐이다. 6.15정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민족의 진로라는 것이 갈수록 자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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