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꿩 먹고 알 먹기

2011-06-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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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자성어에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두 가지 이득을 얻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또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챙긴다면 이보다 더 수지맞는 일이 어디 있는가.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보탬이 될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양손 번쩍 들고 반색해야 할 일이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더욱 그렇다.예를 들어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마켓 옆의 약국에 들러 필요한 약을 사오거나 세탁소에 들러 옷을 맡기고 온다면 두 곳에 따로따로 갈 때보다 시간과 에너지(기름 값)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상인들도 고집스레 한 점포에서 한 가지 물건이나 서비스만 취급할 게 아니라 머리를 굴려 아이템을 다양화하면 꿩을 잡아서 고기뿐 아니라 뱃속의 알도 먹을 수 있고, 돌을 한 개 던져서 새 두 마리를 잡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기계화 되면서 일상생활에서든 비즈니스 면에서든 경쟁이 옛날 보다 훨씬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고 누워 있으면 감이 저절로 입속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남보다 몇 배, 몇 십배 더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세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꼭대기에 달린 마지막 감 한 개라도 남보다 먼저 올라가 따야만 자기 입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요즘 미국에서 일부 소매업체들이 불경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책을 판매 아이템에 추가시키는 생뚱맞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점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소들, 예를 들면 최신 유행 옷이나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의류 부티크, 기프트숍, 낚시용품 전문점 등이 엉뚱하게 책도 함께 팔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할리우드의 명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부티크 점 킷슨 그룹은 지난해 책을 무려 10만권이나 판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전 해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실적이란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고객들이 옷 사러 온 김에 책도 한권 살 것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 바람에 사양길을 헤매던 출판업계와 소매업계 모두가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업자들에겐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
람은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고 있는 꼴이요, 그만큼 자기 노력이 부족하고 아이디어가 빈곤하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다. 임대료는 비싼데 장사가 안 된다며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어떻게든 고객의 입맛에 부합하도록 머리를 짜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정상품에다 부수상품도 함께 팔아 매출을 높이는 한편 고객들에게도 경비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돕는 최근의 비즈니스 패턴을 참고하도록 권한다. 기존 점포 안에 다른 업종의 비즈니스를 병행해 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런 전략은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 ‘시간이 너무 없다’거나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말은 사치스러운 핑계일 수 있다. 바쁜 일과 중에서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와 특기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일거양득,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는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더 활용하고 쪼개 써서 남보다 삶을 더 풍요롭게 살기 때문이다.“세상에 귀한 것은 모두 공짜”라는 노래가 있다. 햇빛과 비, 공기, 사랑이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노래일 뿐이고 실제로 귀한 것 중에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그것이 진리라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종전보다 이들이 훨씬 더 피나는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그러나 너무 심한 경쟁은 금물이다. 남의 가게 옆에 또 같은 업소를 차린다거나 남이 사들인 물건이 히트했다고 똑같은 물건을 수입해오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 그건 일거양득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망하는 일거양손(一擧兩損)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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