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는 항상 문제다

2011-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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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 찬(부국장 대우·경제팀장)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지난 92년 미국 대선에서 47세의 젊은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이 이 구호로, 당시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90%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아버지 부시를 꺾었다. 하기야, 언제는 경제가 문제가 아닌 적이 있었을까.
지난 2008년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후보에게 형편없이 밀렸던 이유도 다름아닌 경제 상황이었다. 당시 이라크전쟁이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2008년 들어서면서 경제 이슈가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전쟁통에 쏟아 부은 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케이스다.

오는 2012년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불안해진 것도 지지부진한 경제 회복 때문이다. 지난달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성공 이후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지도력을 평가받으면서 오바마의 인기는 최근 올라가는 듯 했지만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 조짐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지난 3일 발표된 5월 실업률이 9.1%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고, 신규 일자리 수도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화당의 집중적인 공격도 시작됐다.


얼마전 공화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측에 먹다 남은 피자를 보냈다. “세금과 건강보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대변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유가는 1갤런당 4달러 안팎에 계속 머물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가증시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유가가 오를 경우 오바마의 재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으로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간접적으로 경제 회복세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했던 80년과 2008년 유가가 높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문제도 여전히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며 금융위기 이후 2년간 모기지 이자율을 대거 낮추고, 첫 주택 구입자에게 무상 지원금까지 제공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용 부동산 가치는 지난 2006년 이후 6조,3000억달러가 빠졌다고 한다.올해쯤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도 많았지만 실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고, 자동차 산업 회복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었다. 실업자에 대한 혜택기간을 연장했고, 의회는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또다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하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미국의 국가 부채는 현재 14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세금감면과 경기부양책으로 국민을 달랬던 비용이다. 대량 살상무기와 빈라덴을 찾겠다며 일으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이다. 이같은 미국 정부 부채는 앞으로 조만간 연방법이 정하고 있는 한계선(8월2일)에 달하게 되어 있는데, 하원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이 이 한계선을 높이는 데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서 더 이상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살아있는 유기체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암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그동안 한국의 IMF 사태, 미국의 금융위기 등 겪을 만큼 겪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겪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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