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실망스럽기 짝 없는 미주 총연 선거

2011-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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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두 후보가 서로 회장이라며 한인회까지 하나 더 만들어 싸우던 것이 겨우 봉합되자마자 또 다른 한인회 회장 선거를 둘러싼 소송 사태가 발생하려 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선거에 출마했던 유진철 부회장이 선거에서 지자 우편 투표에 부정이 있었기 때문에 선거는 무효라며 김재권 후보의 당선을 부정하고 법정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밝혔다.

유 후보 측은 우편으로 도착한 140개 부재자 투표 용지가 발송지 주소와 우편 소인 지역이 일치하지 않고 유권자가 8명인 중가주 우편 소인이 찍힌 부재자 투표 용지 반송 봉투가 33장이나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 측은 소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으로 볼 수 없고 이미 개표가 끝난 상태에다 당선 공고를 한 상황에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주 총연은 미주 한인회의 총연합체로 명색이 미주 한인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다. 그러나 대다수 한인은 이 단체가 실제 한인들을 위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알지 못한다. 정기적으로 회장 선거를 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전국 각지 한인 회장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투표를 하고 소송까지 하겠다는 데는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내년 한국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미주 한인들은 모처럼 얻은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해 보려고 한국 정부에 우편 투표 허용을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다. 이 와중에 미주 한인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우편 투표 시비가 붙었으니 가뜩이나 이를 꺼리던 정부쪽에서 볼 때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역대 미주 총연 회장이 이제껏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송까지 벌여가며 한인사회를 시끄럽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봉사를 하러 나왔다며 툭 하면 소송으로 날 새는 한인 회장 선거가 이제 한인들은 지긋지긋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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