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행위와 진실

2011-06-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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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얼마나 했을까?” 누구나 가져볼 수 있는 질문이다. 세상이 워낙 살기 힘들다 보니 거짓말을 단 한 마디도 안하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 살기 힘드니 거짓말이라. 어떻게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 살기 좋고 힘들지 않는데 거짓말 할 사람은 없기에 그렇다.

반대로 한 번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말을 얼마나 하며 살았을까?” 거짓말의 반대말은 참말인데, 참말이란 진실된 말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참말, 즉 진실된 말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판단할 것이다.
흔히 “저 사람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야”라고 평하는 것을 듣는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말은 해 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런데 말도 행동의 일부분이다. 말이란 그 자체로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하나의 행동이다. 말은 행동의 한 부분으로 말은 말한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


그러니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평하는 것 보다는 그 사람 자체가 거짓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반대로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참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말처럼 쉽게 바꿀 수 있는 행동도 세상엔 없을 것이다. 사람의 행동 중에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행동이 바로 말인데,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은 정신이다. 정신은 마음이다. 생각, 정신, 마음 이 세 가지는 모두 하나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 가치관이 잘 되었을 때 사람은 참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가치관이 잘못되었을 때 사람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은, 말 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거짓이 될 수 있고 참이 될 수도 있으니 가치관이 아주 중요하다. 사람에게 있어서의 가치관 정립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장구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가치관 정립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가정의 영향을 받는다. 이어 학교교육 및 경험을 거쳐 장성한 청년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일반적으로 20전 후의 성인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가치관정
립은 그런대로 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진실과 거짓의 판단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연결된다. 가치관이 흔들리면 행동도 흔들린다. 그러나 가치관이 확고하면 행동도 확고해 진다. 혼란된 가치관 속에서 사람의 말과 행동은 거짓을 낳는다. 거짓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이 이익을 볼 때 사람은 가치관이 흔들리게 된다. 반대로 참말을 통해 자신이 손해를 볼 때도 가치관은 흔들린다. 사람의 가치관을 가장 많이 흔들리게 작용하는 것이 있다. 돈이다. 돈은 물질이지만 살아 꿈틀대는 생물과도 같다. 사람에게 돈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돈은 공기와 햇빛과도 같은 존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했듯이 돈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요술 방망이와도 같다.

한국스포츠 프로축구가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져 줘라” 한 마디에 승부가 조작됐다고 한다. 게임에서 이기기는 힘들어도 지는 것은 아주 쉽다. 승부조작은 거짓이지만 큰돈과 연계된다. 돈으로 매수당한 정종관(30)선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치관 결여로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명을 저버렸다. 반면, “돈 앞에 무력한 교회에 경종 울리려 목사직을 사임”한 목사가 한국에서 나왔다. 지난 달 31일 목사직 사임을 선언한 김성학(40·밝은세상교회교육담당)목사다. 그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기독교정신을 잃어버린 선배목사님들에게 ‘잘못된 일이구나’ ‘부끄러운 일이구나’깨닫게 하고 싶어 목사직을 사임했다”고.

거짓과 진실은 삶의 양면과도 같다. 살아남기 위해 거짓행위를 해야 하는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에 나오는 배신한 목사(결국은 죽음)와도 같이. 은전 30냥에 사랑하는 스승 예수를 팔아야했던 가롯 유다와 같이. 혼돈의 가치관이다. “나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얼마나 하고 살았나?” 오늘부터라도 거짓 없이 진실되게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나를 살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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