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팩 연례총회(AIPAC Policy Conference)

2011-06-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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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에이팩(AIPAC)은 미국 연방의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태계 시민로비단체이다. 그 영향력을 빗대어서 ‘신의 조직’이라고도 한다. 주로 다루는 일은 ‘미국과 이스라엘관계(The Relationship between U.S & Israel)’ 이다.

에이팩은 절대로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을 위해서 애국을 하고,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일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개최하는 행사에선 100% 미국을 위한 구호를 외친다. 유럽전쟁에서 히틀러에게 학살당한 자기 종족의 비참하고 참혹한 역사에 토대를 둔 미국의 시민단체인 에이팩의 2001년도 연례총회(Policy Conference)가 지난 5월21일부터 나흘 동안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총회에 최고의 귀빈으로 초청받아 워싱턴을 방문한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탄야후 총리를 앞에 두고서 미국의 중동정책에 관한 연설을 했다. 1967년 이집트의 낫세르의 침략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 피 흘려 빼앗은 땅(국경)을 팔레스타인에게 돌려주고서 평화협정을 시작하라는 언급을 했다. 네탄야후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간신히 입을 연 네탄야후 총리는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지난해 에이팩의 총회에 왔을 때도 백악관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은 기억이 생생한데 이것이 웬 말인가? 미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언론들이 입질을 해 댔다. “유태인들이 오바마 지지를 철회하고 반 오바마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유태인들이 민주당에 기부하는 정치자금이 순식간에 마를 것이라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에이팩 총회가 개최되었다.

필자는 유태인들의 전략을 좀 배우기 위해서 1998년부터 이 에이팩에 가입을 했다. 올해로 꼭 9번째 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총회의 참가자 숫자는 1만 명이 훨씬 넘었다. 1968년 20명으로 첫 총회가 시작되고서 그야말로 유태인다운 조직의 발전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유태계 대표자들이 모두 참가를 한 셈이다. 21일, 토요일 등록을 하는데 대회장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그 전 전날 백악관서의 ‘오바마-네탄야후’ 만남이 엉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실적 조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정신적 조국인 이스라엘의 총리가 한판의 싸움을 벌인 탓에 분위기가 긴장되어 있었다. 언론도, 전문가들도 모두 에이팩이 대통령과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오바마가 양보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에이팩의 실력자인 ‘하워드 코어(Howard Kohr)’사무총장의 전략과 지도력이 빛을 냈다. 그는 오히려 네탄야후 총리를 향해서 불평을 해 댔다. 여기가 미국이고 미국의 정책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에이팩의 대통령은 오바마다’란 사무총장 하워드 코어의 메세지가 1만여 명 회원들에게 전달되었다.

대통령은 에이팩의 개막연설 초청에 응해 놓고 있었다. 오바마는 에이팩이란 조직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스라엘 만큼 미국을 강조해야 함을 교육시킨 셈이다. 개막행사때 대통령은 1967년 전쟁 때부터 시작한 평화협상의 영토와 평화의 맞교환 방식의 그 과정을 다시 이야기 했다. 영토를 돌려 주라고 한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리 로젠버그(Lee Rosenberg)’회장의 ‘대통령이 에이팩에 큰 선물을 갖고 왔다’란 소개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통령 연설 3시간 후에 회원들의 이메일엔 네탄야후 총리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장 좋은 파트너다’란 메세지가 전달되었다.

지난주 미국의 유태계 지도자들은 워싱턴에 모여서 이스라엘 국방지원 법안을 의회에 상정, 통과 시켰다. 지난 주말에 한국계 지도자들은 시카고에 모여서 ‘미주총연회장’을 뽑다가 부정선거 시비로 쌈박질을 벌렸다. 유태인들의 ‘에이팩 총회’에 관련한 글을 쓴다는 것이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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