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 둔 부모의 마음

2011-05-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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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자식 둔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어느 부모도 자식 안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90먹은 노모가 70된 아들에게 운전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자식이기에 그렇다. 부모의 마음엔 자식이 60, 70, 80이 되어도 늘 자식인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들이 승승장구할 때면 부모는 자식보다 더 기뻐하며 좋아한다. 그러나 자식들이 고생할 때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진다. 특히 자식이 병이 들어 아파 할 때엔 부모가 대신 병을 앓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참 마음이다. 이렇듯 자식이 아플 땐 함께 마음으로 앓는 것이 부모인데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많이 앓는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에게도 있다. 오리들이 새끼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본다.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오리 두 마리가 함께 새끼 오리들을 데리고 다닌다. 혼자 데리고 다니는 것은 못 보았다. 새끼들이 삼삼오오 작은 궁둥이를 이리저리 빼딱거리며 어미를 따라 걷는 것을 본다. 그리고 풀들이 잘 자란 곳에서 먹이를 뜯어 먹는다. 그 때엔 큰 오리는 둘이 번갈아 망을 본다. 혹시나 새끼들에게 무슨 변이나 생기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사주경계를 한다. 한 마리가 망을 볼 때 다른 오리는 새끼들과 같이 풀을 뜯어 먹는다. 새끼들은 풀 뜯어먹기에 바쁘다. 그리곤 큰 오리들이 이동하면 아장아장 따라간다.


가끔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랴.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가 장애를 가진 자식대신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들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을 했을 때, 그 부모들을 본 적이 있다. 자식들을 아주 밝게 키우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장애를 가진 딸의 아버지이면서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그의 시는 깊으면서도 의미가 있다. 그런가 하면 슬픔도 담고 있다. 스물이 넘은 딸이 장애를 갖고 살아가니 그녀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랴. 오히려 그 딸의 모습 속엔 슬픔과 아픔이 없어 보이는데 그녀의 부모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그 부모들은 늘 겸손하다.부모들에게서의 행복함이란 다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본다. 자식들이 모두 건강만 해도 부모들은 행복해 해야 할 충분조건이 된다. 그렇지만 자식들이 모두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만족
하지 못하고 사는 부모들은 많다. 잘나가는 남의 자식들과 그저 그런 자기 자식들과의 비교 의식 속에서 탈피하지 못하기에 그럴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함이란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것일 수 있다. 살기는 잘 사는데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다면 가장 큰 효도는 못된다.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이란 첫째도 둘째도 자식들의 가정이 화평하기를 바란다. 가족이 즐거운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는 것이 용돈 많이 주며 불화 속에 사는 것보다 훨씬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며칠 전 한국에선 어느 부모의 마음을 찢는 일이 또 발생했다. 그동안 이은주, 최진실, 최진영, 박영하, 장자연 등 젊은 연예인들을 비롯해 카이스트 대학생 등이 자살을 해 부모들의 마음을 찢어 놓았었다. 이번엔 아나운서였던 송지선(30)씨가 자살을 한 사건이다. 모델 뺨치는 몸매로 화제가 됐었다는 전도유망한 아나운서였다. 그녀의 죽음을 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으랴. 사유야 어떻든 정말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일곱 살 연하인 야구선수를 정말로 사랑했다던 그녀. 사랑이 뭐 길래 배신당했다고 목숨까지 버려야 했을까. 19층에서 뛰어 내리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다던 엄마. 그 엄마의 마음, 지금 얼마나 찢기고 찢어져 있으랴.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있다. 자식이 잘못되는 것보다는 자식 없는 것이 더 낫다는 뜻에서 생긴 말일 것이다. 그래도 자식은 있는 것이 더 좋다. 자식은 부모에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미래의 소망이기에 그렇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 보아야 안다고 했다. 그런데 30이 넘은 자식의 부모가 된 지금, 살아계신 90 노모의 마음을 아직도 모르겠으니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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