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마리 토끼 잡기

2011-05-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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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한국계 미 프로풋볼(NFL)의 스타 하인스 워드(35·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댄싱 챔피언(dancing Champion)’에 등극했다는 소식이 참으로 신선하다.하인스 워드는 지난 24일 ABC-TV의 인기프로그램 ‘스타와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의 결승 경연에서 전문 댄서 킴 존슨과 하인킴(HineKym) 팀을 이뤄 삼바 댄스를 선보여 심사위원 만장일치 만점, 시청자 투표 1등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첫 경연에서 이긴 하인스 워드의 이름이 나올 때만 해도 이름이 같은 사람인가 했다. 무시무시한 헬멧을 쓰고 양 어깨를 잔뜩 넓힌 숄더 패드에 체스트 패드, 니 패드 등 각종 보호 장비를 잔뜩 한 채 풋볼을 들고 거친 야생마처럼 필드를 질주하던 풋볼 스타가 어떻게 그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돌려가며 춤을 춘단 말인가 했다.그런데 그는 하늘거리는 셔츠에 밤색 멜빵바지, 금술 달린 검정 무도복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화려한 차림의 댄서 파트너를 번쩍 안고 돌고 위로 들기도 하면서 부드럽게 춤추었다. 게다가 미소까지 지으면서 유연하게 스텝을 밟고 있었다.

자신의 성공은 어머니의 희생이 바탕이 되었다고 말해온 하인스 워드는 이날도 최종 경연댄스를 마친 뒤 스튜디오 방청석에서 관람하던 어머니 김영희씨에게 달려가 키스를 했다고 한다.지난 9주일간 매주 월요일 밤8시에 방영된 이 프로에서 삼바, 자이브, 탱고 등 다양한 종류의 댄스에 도선하며 서바이벌 경기를 펼친 하인스 워드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힘든 노력을 했을 지 상상이 된다.


실제로 연습 도중에 하인스가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파트너가 목을 다쳐 병원에 실려 갔었고 하인스 워드는 다음 경선에서 이긴 후 부상 이야기를 하며 울기도 했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은 그 자리에 서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자리함은 진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우리는 잘 안다. 하인스는 댄싱 챔피언이 되기까지 “처음에는 맘대로 안 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엔 잘 풀린다”는 인생의 지침을 이번에도 따랐을 것이다.

한인사회에도 본업을 두고 또 하나의 결과물이 취미 수준을 지나 둘 다 본업이 될 정도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있다. 유명한 내과 전문의이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패션 디자이너이면서 요리연구가,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서예가로 활동하는 사람 등이 있는데 특히 시인, 수필가이면서 화가, 성악가이면서 수필가는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어렵게 일군 길을 버리고 아예 업종 전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세월 어렵게 공부한 의사가 요리학교에 들어가 요리사가 되고 해외 무역업자가 농장을 사서 농부가 되는 것이다. 또 취미로 시작했지만 프로급 이상 실력을 지닌 스포츠 댄서 중에는 약사, 한의사, 비즈니스맨, 헤어디자이너들이 다수 있다.

평생 한 길만 걷다보면 다른 쪽 길도 걷고 싶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다른 분야에 몰입하면서 새로운 원기를 얻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 하고 싶었고 재능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거나 은퇴 후에 그림, 서예, 시 등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연구실 안에서 하얀 가운 입고 일하던 사람이 은퇴 후 붓을 잡고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고 합창 연습을 하며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처럼 세상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스트레스 없이 매순간 즐겁게 보내는 사람도 많다. 어떤가, 평생 해온 일은 그 일대로 두고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180도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해 보면 또다른 인생의 묘미를 발견할 것이다. 혹시 하인스 워드가 프로 풋볼계에서 은퇴한 후 댄싱 챔피언 타이틀을 걸고 전 세계 무도장에 초빙강사로 나서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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