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캠핑 목사와 이솝우화

2011-05-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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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지난 주말(21일)로 예고됐던 지구 최후의 심판이 멀쩡하게 지나갔다. 헤럴드 캠핑목사가 “이번엔 틀림없다”며 지구촌 사람들을 겁주었지만 그의 두 번째 종말론 역시 해프닝으로 싱겁게 끝났다. 말이 좋아 해프닝이지, 그의 말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후 일어날 ‘휴거’(공중으로 들려 올라감)를 맞기 위해 도시별로 특정장소에 모여 기다리던 일부 신도들은 기약된 오후 6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머쓱해진 표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예수재림과 최후심판의 시간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캠핑 목사의 기행을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악의 없는 신앙적 집념’으로 가볍게 치부하지만 그의 주장은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고, 사람들의 마음에 결코 가볍지 않은 돌을 던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잇따른 엉터리 예언은 이미 수백년 전 인류에게 거짓말의 해악을 일깨워준 이솝의 우화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 관한 이야기다.

양치기 소년이 어느 날 마을로 내려와 “늑대가 나왔다!”고 소리 질렀다. 놀란 동네 사람들이 소년을 구하려고 모였지만 늑대는 흔적도 없었다. 그후 재미를 본 소년이 어느 날 또 “늑대가 나왔다”고 외쳤다. 이번에도 동네 사람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가 또 거짓말 한 것을 알게 됐다. 동네 사람들이 돌아간 뒤 정말로 늑대가 동네에 나타났다. 혼자 있던
소년은 깜짝 놀라 “늑대가 나타났어요. 정말이에요!”라고 고함쳤지만 동네 사람들은 한 사람도 달려 나오지 않았다. 양치기 소년은 결국 늑대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그 소년의 이름이 캠핑이었는지는 모르나 늙은 양치기인 캠핑 목사도 이미 두 차례의 ‘거짓말 전과’를 기록했다. 그가 이제 또 한 차례 비슷한 소동을 일으킬 경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건전한 신앙생활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유익을 준다. 하지만 지도자인 양치기를 잘 선택해야지 사이비 지도자를 따라갔다가는 구렁텅이에 빠져 불행하게 된다. 건전한 종교는 그 수명이 길지
만 사이비 종교는 그 수명이 짧아 역사 속으로 곧 사라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캠핑 목사의 빗나간 종말론이 기독교 근본주의에 입각한 문자주의의 성서해석에 배경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신학사상도 제대로 없는 한 노(老) 목사가 전 근대적, 보수 시대적 계산을 통해 예고한 ‘종말론’에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많은 지성인들이 홀려 추락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어이없다.

오늘날 과학문명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독교사상은 15세기 종교개혁 이전의 보수적 울타리 속에, 교황의 비호아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이유도 바로 이 보수주의에 근거한 성경해석 때문이라고 젊은 신학자들은 지적한다. 한국교회의 성서해석 역시 10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제각각 만져본 후 그 생김새를 파악하는 것
과 같다는 비판을 듣는다. 다리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가 기둥처럼 생겼다고 했고, 배를 만져본 장님은 벽과 같다고 했으며, 귀를 만져본 장님은 부채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자기의 편견이며 부분적 해석일 뿐이다. 근본 보수신앙을 고집하는 한국교회가 캠핑 목사와 같은 계산법으로 종말론을 산출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보수신앙으로 인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신학자들은 주장한다.
과거 한국에는 사이비 신앙단체가 많았다. 예수를 자칭하며 어리석은 성도들을 유인해 피를 착취했다. 예컨대 용문산의 박태선 장로는 종말론 강해설교를 한 후 헌금 주머니에 여성신도들의 금가락지, 금시계, 금붙이들을 가득 가득 모았다고 했다.

이번 캠핑 목사의 대 심판 ‘계시’에 어떤 한인도 수십만달러에 상당하는 재물을 그에게 헌납했다는 소문이 있다. 한인교계엔 캠핑처럼 세상 법에 저촉되지 않는 종교적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거나, 종교적 거짓말을 하면서도 가책이 아니라 오히려 진리인체 이익을 챙기고 있는 사이비 지도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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