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ough Love’를 배워라

2011-05-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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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곤충학자가 나방이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몇 마리는 사투 끝에 어렵사리 고치막을 뚫고나와 몇 번 퍼덕거리다가 잠시 후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치막 속에서 벽을 뚫고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 나방이가 안쓰러워 보여 조그만 면도날로 곤충학자가 인위적으로 터트려 주자 쉽게 기어 나온 그 나비는 몇 번 시도하다 그만 날지 못하고 나둥그러져 버린 것이다.

고치벽을 뚫고 나오기 위해 온몸으로 몸부림을 친 사투를 통해 나비들은 날개에 힘을 얻어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곤충학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실책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감성적인 본능의 사랑과 이성적인 ‘Tough Love’의 차이를 배워야 할 이유가 아닐까? 보기에 안타깝고 안쓰러워 보여 본능적 사랑만으로 미리 도와주다 보면 자녀나 배우자를 ‘병신’이나 불구자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그들이 체험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무자비한 어리석음의 결과 때문이다.

걸음마를 배우기 위해 비칠비칠 넘어질 듯 하다 어린애는 제 힘으로 걷게 된다. 혹시라도 다칠까 봐 그 때마다 부모가 손을 잡아주면 그 애는 자라서 어려움을 해결해낼 스스로의 힘이 결여되기 쉽다. 가장 높이 창공을 나는 독수리는 그래서 훌륭한 ‘Tough Love’의 선생들이다.

독수리는 새끼를 낳아 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들을 데리고 벼랑 끝으로 가서 무자비할 만큼 한순간에 그들을 떨어트린다. 새끼 독수리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정신을 잃지 않고 사투를 벌여 살아남는 새끼들은 그때부터 힘차게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몸담고 사는 요즘세상은 가정의 붕괴로 ‘양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 수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 이혼과 별거로 한쪽 부모만 있는 자녀들이 는다는 말이다. 심한 경우 초등학교의 반 가량이 그런 아이들이다. 그런 상황이고 보니 편모슬하에서 아버지가 없는 경우 ‘Tough Love’를 체험할 기회가 없어지거나, 반대로 엄마가 떠나버려 감성을 체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물론 자녀를 양육하는 지혜로운 외짝 부모도 많지만 말이다. 부모의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만 자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Unconditional Love’와 통제적인 ‘Tough Love’가 조화를 이뤄야만 자녀가 사랑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더욱이 요즘엔 가족계획을 통해 자녀를 한두 명만 낳는 부모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자녀들을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길러 자칫 무골충(?)으로 만들 위험성이 많다,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발탁된 고경주 연방보건부 차관보와 고홍주 연방국무부 법률고문이자 예일대 법대학장인 형제 간의 성공 스토리가 큼지막하게 소개된 적이 있었다. 월스트릿 저널은 군사 쿠데타를 피해 이민 온 가정의 아버지 고광림 박사와 어머니 전혜성 박사의 자녀교육을 모델 케이스로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그 당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솔직히 우리 부모님처럼 엄격한 선생님을 저희는 어디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두 형제가 진심으로 감사한 점이다. 이것이 바로 자녀교육에 필요한 ‘Tough Love’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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