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국의 피의자 신분확인

2011-05-23 (월)
크게 작게
2008년 부시 대통령 시절에 연방정부에서 ‘시큐어 커뮤니티(Secure Communities)’ 정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전국의 지방 정부가 이 정책에 따라 사법기관이 형사피의자의 신상 데이터를 이민국에 통보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경찰이 체포한 형사범 피의자의 신상 사항을 이민국에 통보하는 제도이다. 뉴욕주도 이 제도를 받아들여 시행 중에 있지만 아직 뉴욕시의 5개 보로에서는 이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해도 체류신분이 이민국에 알려지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뉴욕시를 관할하고 있는 형무소는 이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었다가 어떤 이유로든지 형무소에 구금되는 일이 생기면 체류신분에 관한 내용이 이민국에 통보되고 이를 통해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게 되는 이민국은 법원에 그 피의자의 신상을 인수하겠다는 통보를 보내게 된다.

최근에 한 젊은 한인 여성이 남의 아파트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체포됐었는데 체포된 여성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본 경찰이 이 여인을 병원으로 보내 정신감정을 받도록 조치했다. 피의자가 병원에 입원중이면 법원은 병원으로 출장 나가거나 아니면 병원과 법원 사이에 설치된 비디오 장치를 이용해서 우선 입건 재판부터 하게 된다. 이 여인의 사건도 이런 비디오 입건 재판을 하게 되었는데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우선 정신 장애가 의심
이 되어 병원에 입원되었으므로 정신장애의 판단이 나오면 사건은 기각될 것이므로 사건은 해결될 것이었다.


하지만 피의자인 이 여성이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게 된 변호사가 고민하게 된 것은 이 여성이 정신감정을 받으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기간동안 병원에 두지 않고 형무소로 보내서 기다리게 한다면 위에 말한 ‘피의자의 신분확인’ 절차에 따라 이민국에 불법체류신분이 알려지게 될 것이므로 이민국은 당연히 추방절차를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추방조치가 문제인 것이어서 이 여성이 어떻게 해서든지 형무소에 보내지지 않고 병원에서 모든 일을 끝내고 석방되도록 일을 처리해야 될 것이었다.그래서 변호사는 제일 먼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정식으로 법원에 정신감정 신청을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의 장애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법원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는 아닌 것으로 보여서 일단은 정신감정 신청은 보류하게 되었다.

남은 문제는 입건 재판에서 판사의 보석 결정이 문제이고 다음에는 검찰의 구속 사유가 되지 않는 형량 제시를 받아내어서 오늘 재판으로 사건을 끝내는 것이었다.배가 고파서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열려 있는 남의 아파트에 들어갔다는 것이어서 검찰도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위반 급의 무단 출입죄를 제시하고 처벌은 1년간 다시 일을 저질러 체포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형량의 제시라면 제시하는 죄목에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재판을 끝낼 수 있고 아무런 구속되는 처벌도 없으므로 즉각 석방될 것이었다. 이래서 이 운이 좋은 여인은 검찰의 형량제시를 받아들이고 유죄를 인정하였고 변호인도 정신감정을 철회하였으므로 바로 병원에서 석방조치될 것이어서 이민국의 추방 걱정은 면하게 되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