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문화의 씨앗을 심자

2011-05-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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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사회 2팀 차장)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이달 초 팰리세이즈팍 초등학교(ECC)는 한국문화에 흠뻑 심취한 분위기였다. 첫 주 5일 동안 학교강당에서는 ‘한국문화 강연’가 열렸고 5~7세 연령의 전교생 350여명은 한국 전통문화 예술인들의 지도에 따라 어깨춤을 추며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학생들은 낯선 한국의 전통악기에서 자신들이 아는 선율이 흘러나올 때면 목소리를 높여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호기심어린 어린 학생들의 얼굴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싹트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강연에 강사로 나선 김병만(대금), 이송희(부채춤), 안은희(장고춤), 김창숙(서도소리), 김영은(가야금) 강리경(해금)씨 등 국악인들은 매 시간 “얼~쑤”, “좋~다”와 같은 추임새를 가르치며 한국의 전통 장단과 가락을 소개했다. 비록 닷새간의 짧은 특강이었지만 한국문화의 풍류와 멋을 알기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로렌 리젠라우어 교장은 “학생들이 이처럼 집중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정규수업 일환으로 한국문화 강연을 실시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정규과목으로 채택해도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렌 교장도 이번에 한국을 보다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이내 많이 연습한 듯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로렌 교장은 “주정부 교육예산 삭감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 학부모들과 한인 예술인들이 마련한 이번 강연은 학생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며 학교 교과과정이나 프로그램은 이처럼 정부와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번 강연은 한인사회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다고 보여진다.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한국문화의 씨앗을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심었고 예산삭감을 이유로 정부와 학교가 두 손 들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문화교육을 제공해 정규과목 채택에 대한 기대까지 키웠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제는 한인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팰팍 초등학교에 한국문화 수업이 정규과목으로 채택되려면 재정확보가 우선이다. 예술인들이 나섰듯 이제는 지역사회 뜻있는 독지가와 기업, 나아가 한국문화원과 교육원 등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한국문화의 씨앗을 심고 한국문화 수업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 일은 이처럼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기해 뉴욕·뉴저지 한인사회가 보다 발전적인 차원에서 한국문화의 씨앗을 주류사회에 뿌리내릴 방법을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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