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국의 입김?

2011-05-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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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의장님. 저는 연방의회 한국분과위원회 공동의장으로서 한국이 5년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에 5억 달러를 지원키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하기 위해 발언권을 행사합니다. 국제 언론이 이번 한국의 엄청난 기여를 크게 조명하지 않은 점은 참으로 안타까울 다름입니다. 이유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의 재건과 복구를 지원하는 서울의 이러한 공약은 여러 측면에서 훌륭하고도 우
리의 인정과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인디아나주 공화당 출신 댄 버튼 연방하원의원이 의회에 제출한 ‘추가발언’(extension of remarks)의 서두다.그는 한국이 이미 1억8,000만 달러를 지원했고 현재 200명이 넘는 아프간 파병 국군의 보호를
받으며 90여명에 달하는 한국 봉사자들과 경찰들이 현지에서 교육, 보건 및 의료 서비스, 지역 개발, 행정 개선과 치안 훈련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미국의 경제지원을 받았던 한국이 눈부신 성장으로 오늘날 세계 15위 경제국가로 발전했고 그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국위도 크게 향상 됐다고 한국을 자랑했다.


아프간 교전이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논쟁의 대상이라는 점과 그러기에 이번 서울의 추가 지원이 더욱 의미가 깊고 한국은 이번 결정을 통해 미국이 확고히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미국과 함께 국제 평화에 헌신하는 동반자라는 사실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는 평가도 덧붙였다.그는 또 미국이 이러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그 협정이 현재 계류된 상태에 있기에
동료의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호소도 잊지 않았다. 얼듯 볼 때 한국의 아프간 지원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겠지만 사실 그 관계는 매우 뚜렷하다.

미국은 한국의 아프간 지원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증진을 통한 국위 향상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안보, 경제, 외교 관계 강화를 통한 국위 향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한미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을 놓고 미국 공화당은 그동안 백악관에게 콜롬비아와 파나마 자유무역협정과 함께 동시에 제출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상하원 초당차원에서 지지가 높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볼모로 잡아 행정부가 서둘러 콜롬비아와 파나마 자유무역협정도 마무리 짓도록 해 덩달아 통과시키려는 의도에서다.공화당의 이 같은 입장은 네브라스카 출신 요한스 상원의원과 뉴저지 출신 프레링후센 하원의원이 상·하원에 각각 상정한 결의안이 입증한다.

그런데 지난 11일 역시 공화당 소속의 펜실베니아 출신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이 의회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콜롬비아와 파나마 자유무역협정과는 별도로 다루자는 결의안을 발의했다.결의안은 한국이 유럽연합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해 7월1일 발효될 예정이고 페루와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 달 25일에는 호주와 올해 안에 협정을 마무리 짓기로 한 점을 상기시켰
다.또 한국이 칠레, 뉴질랜드, 멕시코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일본과는 3국자유무역협정 구상을 검토하는 공동연구위원회를 가동한 사실도 강조했다.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 세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국제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의회 비준이 시급하다는 것.켈리 의원의 결의안과 버튼 의원의 ‘추가발언’은 한국이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불리한 자유
무역협정을 서둘러 체결했다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한국이 미국의 입김에 무리한 아프간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고 질책하는 사람들이 깊이 참고해 볼만한 내용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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