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붕괴된 과대망상가들의 신기루

2011-05-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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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파키스탄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아보타바드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빈 라덴이 사살되기 전까지 숨어 있던 은신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마치 2차대전 패전을 앞두고 히틀러가 최후를 맞이했던 벙커처럼 유명해지고 있다. 또한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미국을 겨냥한 테러 목표와 계획을 자필로 기록한 일기장이 공개되었다는 기사가 최근 실렸다.

그의 계획은 9.11 테러보다 더 광범위하게 미 전역을 초토화 시키고 미국인들을 살상한다는 소름끼치는 내용이다. 아랍세계는 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도 빈 라덴은 소설네트워크 서비스가 차단된 은신처에 알카에다 테러 제국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네트플릭스(Netflix DVD)로 2004년 개봉된 독일 감독 올리버 히르비(Oliver Hirschbiegel)감독의 야심작 ‘몰락’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역사가인 요하킴 페스트의 원작과 히틀러의 마지막 비서의 회고록을 토대로 제작, 돌풍을 일으킨 영화이다.영화의 줄거리는 2차대전의 패망으로 치닫고 있던 1945년 소련군의 침공으로 독일 베를린 거리가 게릴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안 히틀러는 독일 베를린의 나치당 본부가 있는 시멘트 벽 두께가 수 미터에 달하는 철통같은 지하벙커에서 참모들과 기거하고 있었다. 히틀러가 약12일간 측근 참모들과 최후의 마지막 날들을 생생한 현장감으로 재현한 이야기들이다.

지하궁전 같은 벙커에서 제3의 독일제국의 과대망상으로 광기 어린 히틀러의 마지막 시간들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히틀러의 측근 참모들이 벙커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거하면서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
결국 히틀러는 2차대전의 처절한 패배의 절망속에서 1945년 4월29일 철저하게 숨겨진 정부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을 벙커에서 올린 다음날 4월30일 청산가리를 삼킨 뒤 머리에 총을 쏘고 함께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히틀러의 오른팔로 제2인자였던 요제프 괴벨스 라는 측근도 벙커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 6명과 함께 집단 자살을 한다.


6명의 아이들을 수면제로 재운 후에 독약의 캡슐을 아이들 입안에 넣어 죽이고 찬피동물 같은 부부는 남편과 잠시 서로 응시한 후 권총자살을 한다.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그리고 히틀러와 함께 파시즘적 독재자로 독일과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2차대전을 이끌었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Mussolini)도 역시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꾸었던 과대망상가였다.1945년 4월27일 2차대전의 패망이 다가오자 무솔리니는 연인이었던 클라라 페타치와 함께 처형되었다. 1945년 4월29일 무솔리니와 연인의 시체는 수많은 군중에 의해 주유소 지붕에 정육점 칼쿠리에 꽂혀 거꾸로 매달렸다.

히틀러는 무솔리니가 처형된 그 이튿날 벙커에서 정부와 동반자살을 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히틀러의 여비서는 회고록에서 히틀러는 시든 꽃을 버리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생화로 꽃을 장식하는 것을 하지 않을 만큼 섬세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히틀러가 제3국의 제국을 꿈꾸던 그의 과대망상도 붕괴된 지 60년이 지났다. 나치 전범들의 유대인 학살과 알카에다 무장조직범들이 저질러 놓은 비극의 핏자국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히틀러의 인구 1억명의 세계수도를 건설한 제3의 독일제국, 무솔리니의 로마제국 부활의 과대망상은 신기루와 같은 공중누각처럼 몰락했다. 빈 라덴의 죽음과 함께 이슬람 극단테러조직의 네트워크도 붕괴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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