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사람

2011-05-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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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지식인이라고 사람들은 주저없이 말을 한다.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니 어깨가 으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식은 그 갈래가 수천수만 갈래로서 한국 사람들처럼 지식의 백과사전용이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것이 지식의 결과다. 그러나 지식의본질과 원조는 선과 악을 갈라서 분명하게 선택하는 눈을 뜨게 하는 데에 있다.이러한 지식의 원조이념을 혼동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록 혼동을 제공한 것은 철학과 종교였다. 지혜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만 지식은 남으로부터 전달 받거나 배워서 터득하게 된다.

이브가 뱀으로부터 유혹을 받은 것도 지식이다. 그 지식이 바로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인데 지식을 터득하고부터는 선과 악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세상에는 선을 행하는 사람도 많고 악을 행하는 사람도 많다. 선을 행하는 사람의 뒷자리는 세상을 밝고 환하게 만들고 악을 행하는 사람의 뒷자리는 그늘과 어둠을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품성에서 온다고도 말을 한다. 품성은 말로서 빚어진다. 품성(品性)이란 말의 품(品)자를 보면 입구(入口)자 셋이 모여 품(品)자가 된다. 다시 말해서 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서 품성을 이루어 간다는 말이다. 한입은 부모의 말이요, 두 번째 입은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요, 세 번째 입은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서 품성을 이루고 그 품성이 인성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악한 사람도 아니요 지극히 선한 사람도 아닌 사람이 있다. 그저 물에 물 탄 듯 악도 아니요 선도 아니고 그저 특성 없이 부드럽기만 하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두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품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평생 아내로부터 용돈을 타면 인사동 거리로 향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 들어 주머니가 빈 친구들이 모여 있는 아침 10시, 인사동 거리 단골다방으로 가서 친구들에게 점심을 사주는 일이 그의 직업 아닌 직업이었다 자유당 시절 부통령을 지내다가 수하의 지나친 아첨과 아부 충성파들의 부정선거에 휘말려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하고 이기붕 부통령은 큰아들 이강석의 가족 자결 시도로 일가족이 모두 숨을 거두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인사동 거리를 목적지로 향한 그는 이기붕 부통령의 양자 이강복 이었다. 자유당 시절 이기붕 전 부통령과 육촌 지간이었던 제일 은행장 이기호씨의 둘째 아들로서 이기붕 일가가 모두 숨지자 이기붕 전 부통령의 양자가 된 것이다.

하루 종일 한 두 마디 말로 하루를 장식했던 그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나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선하고 착한 사람을 가리켜 비유하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는다.이기붕 전 부통령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물려받은 그는 빈대나 벼룩 같은 사람들의 속임수에 재산을 다 날리고 약사 출신의 아내로부터 매일 아침 용돈을 타 주머니가 빈 친구들이 모여 있는 인사동으로 출근을 했다.그런 그가 산천에 꽃이 만발한 봄날, 엊그제 타계했다. 인사동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의 점심을 앞으로는 누가 해결해 줄까? 부처님도 하늘에 있는 모든 것과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계시다고 했으니 하늘로 간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그 사람도 하느님 곁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선이 무엇인지도 모르다 간 지식 없는 그 사람, 그 사람은 내 윗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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