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이란?

2011-05-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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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말이란 ‘아’해서 틀리고 ‘어’해서 다르다. 그처럼 말이란 하기에 따라 달리 들린다. 말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새들도 그들의 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고유의 방언들이 수만 가지가 있다. 아프리카나 브라질 같은 나라엔 아직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사용하는 부족들이 많이 있다.

말과 언어는 다르다. 말은 입으로 전해지는 하나의 신호이지만 언어는 문자화된 글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새와 같은 종류나 다른 동물들, 특히 돌고래 같은 짐승들은 그들만의 고유 신호가 있어 서로 소통을 한다. 비록 인간의 말처럼 문자화시킬 수 있는 고도의 지능성 말들은 아니라도 그들끼리 통하는 말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사람에게 있어서의 말이란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지식과 경륜이 많을수록 말은 격을 달리한다. 한 마디로 점잖은 말이 된다. 또 사회적인 신분과 위치에 따라서도 말은 달라진다. 정치가의 말과 성직자의 말이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은 그 사람의 직분과 행동
상황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말에는 참말, 즉 진실의 말과 거짓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로 정치가를 꼽기도 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가들이 세상을 혹은 나라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결코 많지가 않다. 그것은 그들이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뱉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돌연 다시 복귀하거나 선거할 때 내걸었던 공약들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정치가들은 행동한다. 늘 그들에게 당하는 것은 서민이요 국민들이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또 정치가들의 거짓말에 현혹되어 표를 찍는 사람들 또한 국민이요 서민들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지난 4월27일에 치러진 한국의 재보선 선거를 보면서 느낀 일들이 있다. 선거가 치러지기 전 불거진 저축은행 사건과 그동안 여당이 지키지 못한 여러 공약 때문에 민심이 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마디로 한나라당의 참패였다.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후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대상으로 해온 거짓말 때문이 아닌가 싶다.거짓말을 간단히 정의 내린다면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뜻한다. 말은 하겠다고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하지 못할 일이라면 아예 못한다고 해야 한다. 그럼 거짓말은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란 그렇지가 않다. 불가능한데도 한다고 거짓말을 해야 표를 얻을 수 있으니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다. “강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국민을 속이는 정치가가 표를 많이 얻는다고 한다. 일단 되고 보자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거짓말이 되었던 참말이 되었건 그건 뒷전이란 얘기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정치가 뿐만은 아니다. 성직자들도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거룩해야 하고 진실해야 할 성직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산다. 그러니 세상에 믿고 살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요즘 자동차를 타고 하이웨이를 가다 보면 커다란 광고가 눈에 띈다. 오는 5월21일이 지구의 종말이 될 것이며 하나님의 심판이 내린다는 광
고다. 어는 종교단체가 한 광고다. 제발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말 하나님의 심판이 어떻게 내리는지 살아생전 뜬 눈으로 한 번 확인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을 죽이는 말과 사람을 살리는 말이 있다. 말은 쉽게 내뱉는다. 그렇지만 상처를 주는 말 한 마디에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 희망을 주는 말 한 마디에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속에 뼈가 있다는 말도 있다. 툭 던지는 한 마디에 한 사람의 영혼이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안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에 포함되기에 그렇다. 그러나 가능한 한 참말만 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희망과 소망의 말을 주고받으며, 오늘 역경을 당했어도 내일 역경을 이기고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말들만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같은 말이라도 말이란 ‘어’해서 다르고 ‘아’해서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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