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금 투자 신중해야

2011-05-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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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경제팀 기자)

한국이 IMF 외환 위기를 맞아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금송아지, 가짜 금 두꺼비 이야기는 당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장롱에 숨겨둔 금제품을 들고 나왔다가 사실은 금이 아니라 파라핀을 채운 도금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의 외환위기 못지 않게 불황을 맞고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 이 같은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맨하탄의 한 한인 보석상에서 본 금이 다 벗겨진 회색의 흉물스럽던 수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인 피해자가 금수저인 줄 알고 신주단지처럼 모셔놓던 보물이었다. 이 피해자는 제품을 팔기 위해 매장에 갖고 와서야 가짜라는 걸 알았다. 골드 코인, 18K 목걸이와 반지 등 최근 들어 피해액수는 커지고 있다. 가짜 골드 코인은 은을 도금한 제품이었다. 실버 코인에 새겨진 은 인증 표시인 ‘999 fine silver’에서 silver를 녹여 없애는 등 누가 봐도 골드 코인과 구분이 쉽지 않은 정도로 정교한 가짜 금제품이었다.


한인 보석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 인상으로 금 투자에 관심이 몰리면서 가짜 금을 팔고 다니는 브로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용실, 네일업소, 잡화점 등 한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소를 찾아 전문가들의 도움을 즉석에서 받기 어렵고 업소 운영으로 바쁘다는 점을 악용, 가짜 금을 진짜인 것처럼 팔고 있다는 것이다.

킴스 보석측은 “딜러를 사칭하는 이들이 거래 초반에는 진짜 금 제품을 보여주었다가 정작 거래가 성사될 때는 가짜 금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조언 없이 금을 함부로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가짜 금 제품을 이빨로 깨물어 보는 등 검정 과정을 거쳤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구입했지만 허사였다.플러싱 한인 보석상들에도 최근 들어 가짜 금반지와 금 목걸이를 거래하겠다고 찾아오는 피해자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업주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길거리 노점상이나 무허가 업소에서 구입
했다가는 대부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은 5월 들어 이미 온스당 1577달러77센트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1999년 8월 이후 6배나 상승한 값이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1월까지 30%는 더 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8개월안에 온스당 2,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값이 계속 뛰다보니 투자가치가 금보다 높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투자에 필요한 것은 의욕이 아니라 혜안이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투자 의욕이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기이지만 제대로 된 안목과 식견이 없이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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