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의 필연적 수순인가

2011-05-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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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TIME)지 표지에 실리면 역사가 된다. 타임의 표지는 바로 현대사다.”

‘미국의 세기’에 미국을 대표하다시피해온 시사 주간지가 타임지다. 2차 세계대전에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최초의 달 착륙, 베를린 장벽붕괴, 그리고 9.11 테러 등 현대사의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은 모두 이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의 표지는 이런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때문에 그 잡지의 표지가 곧 현대사란 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이 타임지 최신판 표지에 오사마 빈 라덴의 얼굴이 실렸다. 붉은 색 ‘Ⅹ’가 그려진 채로.


최초로 붉은 색 ‘Ⅹ’가 붙여져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다. 두 번째는 사담 후세인, 세 번째는 미군공습으로 사망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 그는 빈 라덴과 함께 9.11 테러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리고 네 번째가 빈 라덴이다.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지목되면서 15년간 피해 다녔다. 그 사이 두 차례 전쟁이 발생했다. 9.11사태 등 그가 저지른 잇단 유혈 테러공격이 전쟁을 유발한 것이다. 그 전비로 쏟아진 돈만 1조3000억 달러에,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15만이 넘는다.

그러던 어느 날 ‘최후의 순간’은 홀연히 찾아 들었다.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 끝에 마침내 그 장본인이 사살된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 한 센텐스로 요약되는 뉴스다. 거기서 새삼 발견되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 수순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더딘 듯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는 단호하기 까지 하다. 그게 바로 역사의 흐름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가 사살된 시점, 그 타이밍부터가 그렇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롭다.

지하드(jihad)란 말로 대변되던 것이 그간 아랍 세계의 흐름이었다. 아랍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스스로의 무력감에 분노를 느낀다. 그럴 때마다 부르짖은 것이 지하드, 성전(聖戰)이었다.

그 지하드란 말이 이제는 잘 안 들린다. 대신 유행하는 말이 ‘실미야(silmiyyah?평화적으로)’라고 한다. 민주화 대행진- 아랍의 봄 만개와 함께 일고 있는 현상이다. 무엇을 말하나. 아랍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카에다 같은 회교근본주의 극단세력은 점차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는 게 아랍 세계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정황에서 빈 라덴은 갑작스런 최후를 맞게 된 것이다.


그가 평생 전파해온 교의는 살인과 증오의 내러티브였다. 자살폭탄을 지고 순교하면 수많은 처녀들이 천국에서 수종을 든다는 따위의.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래서 그랬던가.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빈 라덴이 아랍의 젊은이들이 자신이 주창한 ‘죽음과 증오의 이데올로기’를 배격하고 있는 사실을 목도하고 죽게 된 사실‘이라고.

“미국과 알카에다의 전쟁은 역사의 의미를 두고 다투어온 전쟁이다.” 뉴 리퍼블릭지의 폴 머먼이 내린 정의다.

엄격한 회교율령 샤리아에 의해 통치되는 중세회교국가의 재현이 알카에다의 꿈이다. 그 회교공동체 실현을 알라의 뜻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미국을 그 꿈 실현에 최대의 장애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미국으로 대변되는 서구 기독교문명은 오직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여기서 고취되는 것이 증오와 살인의 이데올로기다.

그 이데올로기에 한 때 수많은 아랍의 젊은이들이 심취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데올로기는 니힐리즘에, ‘살인의 교의’에 불과하다는 것이 간파됐다. 게다가 같은 회교도를 대상으로도 무차별 살인이 저질러졌다. 그 알카에다의 만행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된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도는 한 때 72%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34%로 떨어졌다. 요르단의 경우는 56%에서 13%로 떨어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역사의 의미를 두고 다투어온 전쟁, 다시 말해 가치관 전쟁에서 알카에다로 대변되는 이슬람이스트 세력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한 가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화의 흐름, 민주화 대행진이다. 아랍의 신세대가 원하는 것은 자유다. 그들은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중세 회교율령국가부활 같은 허망한 신기루를 쫓는 게 아니다. 그들의 외침은 재스민혁명으로 분출됐다. 민주주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아랍세계는 거대한 붕괴상황을 맞고 있다. 2011년 벽두부터 일기 시작한 그 지각변동에 치여 압사한 것으로 그의 죽음을 볼 수도 있다.” 아시아 타임스의 진단으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이슬람이스트 세력의 퇴장이란 한 역사적 흐름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다섯 번째로 붉은 색의 ‘Ⅹ’가 그려져 타임의 표지를 장식할 인물은 누구일까. 무아마르 카다피와 함께 김정일도 그 후보로 유력시된다는 소식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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