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2011-05-07 (토)
크게 작게
원영 (보리사 주지스님)
5월 10일은 부처님오신 날이다. 산과 들에 꽃바람이 불어 눈부신 계절, 절마다 연등이 밝은 이 계절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온 세상이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는 것 같다. 부처님이 오시는 그 모습을 옛 인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갔다. 분청사기 특별전을 하는 한국전시관에 이웃한 인도전시관에서 부처님 출생의 모습을 나타내는 목판화 두 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침대에 누워있고 그 위로 코끼리가 공중에서 내려오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섰고, 아기부처는 그 오른쪽 옆구리로 쏙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생애를 출생에서 열반까지 8단계로 나누어서 표현한 것을 8상성도라 하는데 태어나는 모습을 목판에 새긴 것은 여기에서 처음 본다. 한국에서 전하는 것은 모두 벽화에 나타난 것뿐이다. 길에서 태어난 부처님은 성인이 되어 당시의 다른 구도자들처럼 이 고통스런 사바세계를 구제할 가르침을 찾아서 출가했다. 당시 출가자들은 가정을 갖지 않았으며, 의식주는 얻어먹는 탁발
에 의존했다. 부처님도 이런 힘든 고행 속에서 용맹정진하여 마침내 이 세상에서 이 몸으로 생노병사를 포함한 모든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났다. 부처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불교가 세상에 나타난 것이며, 40여 년 동안 인도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했다.그 이후 인도양을 둘러싸고 있는 스리랑카, 버마, 태국 등 남방불교에서는 지금도 출가와 탁발 전통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북방불교인 중국 한국 등의 대승불교에서도 출가하여야 스님이 된다.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 금년에도 UN에서는 스리랑카가 주최하여 5월 16일(월) 부처님오신 날 축하행사를 하는데, 행사의 첫 시작은 탁발행사이다. 뉴욕에서는 처음으로 재현하게 되는 것인데 한국 등 10여 나라가 동참하게 될 것이다. 또 뉴욕 지역에 있는 한국 절에서는 관욕식을 한다. 마음의 번뇌와 오염을 모두 없애고 청정한 본심을 되찾는 의미가 있다. 3천 년 전에
온 부처님을 지금도 찬탄하는 것은 이 몸으로 성불한 분이며 이 마음의 본심에서 부활한 분이며, 우리들도 그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쳐 준 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불교에서는 지금 이곳에서 이 몸으로 부처가 되는 길을 가리킨다. 화두 참선을 열심히 해서 밤낮으로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고, 자나깨나 마음에서 부처님을 간직하는 것, 즉 불조심 (佛照心)을 하게 되면 곧바로 이 몸으로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무명과 번뇌 망상이 모두 없어지고, 생명의 본성인 불성이 다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깨달음이란 본성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처님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부처님과 같은 길을 걸어보는 것은 부처님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 가르침의 길을 따라 가서 본래 부처가 부활하는 날에는 또 한 사람의 부처가 태어나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금도 그 길에서 설법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갖가지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자나깨나 부처님과 함께 하기 발원하면서 합장한 몸으로 향과 꽃의 갖가지 공양을 올린다. 나무 석가모니불.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