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총영사의 축사 유감

2011-05-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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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취재 1부 차장대우)

“그동안 (한인단체들의) 회장 이·취임식에는 다니지 않아 이 자리(뉴욕한인회장 이·취임식)에 올까 말까 망설였다.” 김영목 뉴욕총영사가 맨하탄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한창연 제32대 뉴욕한인회장 취임식장에서 한 축사 발언<본보 5월3일자 A1면>이 한인단체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총영사의 이 같은 발언은 본격적인 축사를 시작하기 앞서 가볍게 던진 말로 한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전체적인 축사의 내용까지 의심해야 할 만큼 큰 연관성은 없었다고 본다.

다만 향후 2년간 뉴욕한인회를 짊어지고 갈 한 회장과 한인회 관계자들이 첫 걸음을 떼는 공식적인 취임식장에서 나온 언사라는 점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뉴욕한인사회를 무시하는 듯한 뉴욕총영사의 알 수 없는 특권의식이 짙게 배어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김 총영사는 이날 취임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도중 돌연 자리를 뜨기까지 했다. 그것도 이날 행사장의 주인공이었던 한 회장의 취임사가 있기 바로 직전이었다.


‘VIP로 행사에 초청돼 축사까지 했던 인사라면 아무리 바빠도 취임 당사자의 취임사는 듣고 자리를 뜨는 게 기본예의 아니냐’는 것이 당시 총영사의 모습을 지켜본 상당수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김 총영사의 이 같은 행동에 일각에서는 ‘김 총영사가 행사장을 찾은 것이 한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기보다는 이날 하용화 전 회장이 준 감사패를 받기 위해 참석했던 것 아니냐’는 억측성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김 총영사는 뉴욕총영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관장 인사말에서 “한인동포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신장시키고, 주류사회에 뿌리내리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공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라고 말하고 “총영사관은 한인들이 미 주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동포단체와 더불어 지원을 하겠다”며 한인단체들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한인단체 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하는 일이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공무에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공무와 굳이 비교한다면 무시해도 될 만큼 하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한인단체장 취임식 초청에 응하는 정도의 동포단체들과의 교류없이 총영사가 강조하는 중요한 일(?)의 수행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인 단체들과의 교감을 외면하다가 아무 성과가 없었던 그간의 여러 시행착오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인사회와 한데 어우러져 진심으로 한인들의 권익신장과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고민하는 총영사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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