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1년 봄, 뉴욕

2011-05-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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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브롱스)
뉴욕의 명물인 이층 관광버스는 아직 겨울 끝자락에 매달린 쌀쌀한 추위에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위시하여 맨하탄 명소들을 누비며 타주에서,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눈을 바쁘게 한다.

세계인의 서울 뉴욕. 작년 겨울 내내 눈 폭탄이 내려서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등 눈이 지천에 쌓였었다. 쌓인 눈을 바라보며 저 눈들이 금가루, 은가루 아니 밀가루였으면(?)누구 없소? 저 많은 눈들을 화학작용으로 금가루, 은가루 하다못해 밀가루라도 만들 과학자 누구 없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따 놓은 당상인데... 라는 공상과학소설 한편을 다소 황당하게 발상하며 고도로 발전한 이 문명세계에서 지금도 1달러가 없어 밥을 굶는 가난한 나라 선량한 백성들을 생각했었다. 김지하 시인은 밥이 하늘이라 했다. 굶어보지 않는 사람은 그 설움을 알지 못하리니... 가난은 단지 불편할 뿐이다가 아니라 서글픔이요 아픔이다.

올 봄 이틀이 멀다하고 잿빛하늘과 비바람에 막 만개하려는 자목련 꽃봉오리와 연분홍 벚꽃 잎이 떨어지는 안타까움에 가슴 먹먹해 진다.내 사춘기 시절, 비 내리는 거리를 버버리 깃 세우고 폴 베르렌느의 시를 읊조리는 멋스러움에
- 비오시는 것은 낭만이었다. 하기사, 그때는 공해니 산성비니 하는 언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으니.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해안 지진 발생으로 쓰나미가 몰고 온 원전사고의 세슘이니 플루토늄이니 등등 온 세계를 뒤흔든 문명의 악재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아니더라도-물론 뉴욕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겠지만- 오늘 나는 꼭 가야할 곳이 있어 잦은 비는 현실의 삶에서 걸리적거리기도 한다. 아직은 여유 있다 감성이 남았으리라 느끼는데 어느새 늙어버 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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