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반열에 다가서

2011-05-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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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 “축복 받았다” 선언

▶ 선종 6년만에 복자 가톨릭 사상 최단기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반열에 다가서

1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이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에 참석한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시복식에 100만명 몰려

지난 2005년 4월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복식이 1일(현지 시간)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약 100만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행됐다.

시복식 미사를 집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Blessed)”고 선언함으로써 자신의 전임 교황이 시복됐음을 공식으로 천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신념, 특히 강력하고도 관대한, 사제로서의 신념 때문에 축복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시복 선언’과 함께 성베드로 성당 외벽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초상화가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시복을 축하했다. 신자들은 시복식 미사가 끝난 뒤 성베드로 성당에 안치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관을 참배했다. 그의 고국인 폴란드를 비롯 한국,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날 시복경축 미사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거행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이 교황으로 재임 중 시복한 테레사 수녀에 비해 15일 더 일찍 시복됨으로써 사거 후 최단 기간에 복자가 된 인물로 기록됐으며, 최고의 영예인 성인의 반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시복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사람 가운데 공경할 만한 사람, 그리고 기적을 행한 사람을 엄격히 심사해 교황이 ‘복자’로 선언하는 것이다.

가장 사랑받는 교황 가운데 한 명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세기 국제사회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겼다. 폴란드 출신인 그는 26세 때인 1946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1978년 10월16일 만 58세의 나이로 제264대 교황에 선출됐다.
역대 교황의 평균 재위기간 7.3년의 4배에 가까운 26년 6개월 자리를 지킨 그는 즉위 3년 만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극우파 이슬람교도 메메트 알리 아그자의 흉탄에 맞아 쓰러진 후 나흘 만에 의식을 회복해 “내게 총을 쏜 형제를 위해 기도하자. 나는 이미 그를 용서했다”고 말해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는 교권 수호에 전념했던 과거 교황들과는 달리 130개국을 누비며 활동해 ‘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렸다. 특히 조국 폴란드에서 공산주의를 체험한 탓에 정치적으로 공산주의에 완강한 반대 뜻을 견지했다. 종교적으로 그는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씨앗’이 있음을 선언해 종교 간 갈등을 줄이는 데 힘쓰면서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는 등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의 개혁에도 앞장섰다. 그는 400여 년 전 가톨릭이 개신교를 탄압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또 단교 상태에 있던 북유럽 루터교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기도 했으며, 해방신학의 발상지인 중남미도 방문했다. 나치 치하 유대인 학살에 가톨릭이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살을 방임했음을 인정, 유대교와 ‘가장 원만한 관계를 맺은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교회의 비난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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