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행복해지려면’

2011-04-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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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아래 별을 보노라/...(중략)

이 시는 시인 박목월씨가 영롱한 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부른 ‘사월의 노래’다. 봄이 되면 늘 이 시를 생각하게 되고 또 읊을 때는 언제나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세파에 찌들렸던 마음이 순화되고 차분해지고 그러면서 웬지 모를 감동과 뿌듯함에 때로는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제목에는 사월의 노래라는 구절이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봄이 완연히 시작되는 연중 가
장 아름다운 계절, 계절의 여왕인 오월의 찬가라고 하고 싶다. 그 어둡고 긴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 햇빛 찬란한 봄의 새로운 기운을 맞는 가슴벅찬 기쁨과 희망, 그리고 한없는 행복감 때문이다.

이 순간, 봄의 노래를 한껏 불러보면서 목련꽃 향기에 취하고 이 시간만큼은 꽃그늘 아래 누워 한없이 여유를 부리고 싶은 것은 그만큼 지나온 이민생활이 너무도 혹독하게 차고 시리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련꽃 그늘 아래서 우리는 또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희망의 날들을 새로운 기분으로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다. 쉴새없이 다가오는 앞으로의 세월을 또 뚜벅 뚜
벅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이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숨가쁜 이민생활에서 너무도 바쁘고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잊고 살았다는 점이다. 이 봄에 주위
에 눈만 돌리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망울들을 한번쯤 들여다보고 향기에 취하며 잠시 쉬어보는 여유를 가지면서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덮어놓고 분주하게 달려가며 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곰곰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성공한 이민생활은 과연 어떤 것인가? 이 순간, 행복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된다. 행복이 없는 이민의 삶과 성공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민온 한인들이 돈을 열심히 벌어 좋은 집, 좋은 차들은 많이 타고 다니는데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은 흔치 않아 보인다. 가정의 높은 교육열로 자녀가 요행히 명문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또 다른 이유들로 집집마다 보면 마음이 어딘지 불편하고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
다. 하루종일 동동 거리며 사는 것이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를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행복상태를 조사한 결과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와 관심을 모았었다. 전체 응답자중 26.7%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삶에서 받는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그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그러면 우리는 이들보다 좀 나을까? 이민생활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나 인종 문제에서 오는 갈등으로 볼 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들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행복은 꼭 큰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지금같이 맑고 화사한 봄철에는 아무리 바빠도 잠시 시간을 내어 하다못해 초록빛이 넘쳐나고 봄꽃이 만개한 공원에라도 뛰어 나가보자.

꽃나무 아래 벌러덩 누워 꽃의 향기에 취하거나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고요한 마을 혹은 깊은 산골에 들어가 하늘의 별을 보며 무겁고 지친 마음과 몸의 피로,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보는 것도 우리의 생활에서 가져보는 여유, 삶의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내 행복은 오롯이 나의 느낌, 나의 개별적 문제이다. ‘내가 행복해지려면’이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당신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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