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인 파워, 한인사회 정치력

2011-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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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각 분야마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저력을 실감한다. 그들의 파워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 유가폭등, 외환시세의 변동, 중동의 전쟁개입 등 주요 사건들의 배경만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간 세계를 유랑하며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은 현재 미국에만 약 6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처음 미국에 이민와서 숫자적인 열세를 만회하는데는 정치력신장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분야별로 그들만의 정치기반을 구축, 확대해 나갔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이들의 깊은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단결과 실천노력이 그 배경이었다. 유대인들은 지금까지 보면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이 미국의 각 정권마다 핵심각료직에 포진됐으며 지금도 적지않은 유대인들이 국정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직, 간접으로 영향
력을 행사해온 거물들도 대부분이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이미 인구 30만명선일 때부터 연방정부 각료들과 연방대법관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제는 정계 대부분의 요직을 장악하다시피 할 정도이고, 법조계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9명 중 3명이 유대계일 정도로 그들은 각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50만명이라 노래를 불러왔던 뉴욕의 한인사회는 어떠한가.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이민역사 이후 인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이롭다 할 만큼 우리는 경제적
으로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다. 타민족들이 우릴 보고 ‘경제기적’ 운운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속에 정치력은 같은 소수민족인 유대계나 중국계와 비교할 때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도 1세들의 생각속에 ‘미국속의 한인사회’라기 보다는 ‘한국속의 한인사회’라고 하는 사고가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결력과 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지역 직능단체들의 현주소와 임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조직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감투나 이권문제 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단체들의 감투싸움이나 재정문제 등으로 빚어지는 마찰이나 갈등들이 그것이다. 이따금 단체장들이 건네주는 명함을 보면 뒷면에 마치 무슨 감투자랑이나 하려는 듯 그동안 역
임했던 무슨 무슨 단체의 회장, 이사장 했던 경력들이 빼곡히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놀랍게도 이들의 대부분이 평소 미국정치관계 행사나 모임에는 얼굴 한번 제대로 내비치지 않는 인사들이다. 그러다가도 한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오거나 평통 모임이나 행사 등에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이들은 놓칠 새라 철새처럼 앞 다투어 모여든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 한국이나 이곳 한인사회에서는 평통위원과 평통회장이 되겠다고 한국실세에 줄을 대고 로비들을 하느라 야단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5월중순이 되면 그 결과에 따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낙점받지 못한 인사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다. 대체 평통이 무엇이길래 매번 이맘 때만 되면 이 아우성들인가. 그것도 감투라고 어디 마땅히 내로라 할 게 없고 평생 이렇다 할 감투 한번 제대로 못써본 사람들처럼 왜 그렇게 추하게 난리들인지 모르겠다. 이런 부류들이 있는 한,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소수민족인 유대계는 지금 미국을 흔들고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감투싸움이고 한국을 향한 해바라기 성 인사들만 줄을 잇고 있으니 언제 미국속의 한인사회 정치력을 실감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동안 유대인들처럼 해왔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곳곳에 능력있는 주의원, 연방의원 몇 명은 충분히 배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우리는 흔히 유대인들의 성공에 관한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실제로 접목하지 못한다면 단지 허공의 메아리 일 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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