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중심 고집불통들

2011-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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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일본열도를 순식간에 강타한 쓰나미를 보면서 대자연의 위력앞에 개미와 같은 하찮은 인간의 초라함과 한계성을 느낀다. 90% 이상이 수장되었고 이들 중 대부분은 경고를 무시했던 자기중심 고집불통들이었다고 한다. 의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뺀들뺀들한 환자들은 금방 죽는다. 고집스런 아집때문에 하리끼리(할복
자살)를 자행하거나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자칭 Superman jumper들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나는 절대 안 죽는다면서 계속 술을 퍼마시면 호흡중추가 아주 마비되어 버린다.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진시황, 약물남용으로 사라져버린 마이클 잭슨, 후퇴는 안배우고 전진만 외치다 몰사당한 육사출신 장군, 폭풍경보를 무시하고 군함은 절대로 침몰하지 않는다고 우기며 항해를 강행하다가 태평양 물귀신이 되어버린 한심한 극동함대 사령관들은 오만불손한 위인들이다. 계속 경고를 무시했던 옹고집 타이태닉 함장은 마침내 빙산에 처박히고 만다.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미리 보내 경고를 보내었건만 목이 곧은 백성들은 불복죄로 4일이면 가나안 복지로 직행할 것을 40년동안 광야에서 갈팡질팡 헤매다가 모래 속에 파묻히고 만다. 다이이찌(제일·최고) 원자로는 바벨탑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경제대국 일등국민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지고 있다. 후라이팬처럼 계속되는 여진때문에 원자폭탄이 터질 듯한 위기일발의 긴장감속에 깊은 불안과 공포에 휘말려 있다. 알량스런 그 고집때문에 아직도 많은 과오를 극비리에 파묻어 놓고 앞으로 더 남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한국의 절묘한 지리학적 위치때문에 일본열도가 자연재해인 쓰나미의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인공재해인 원전사고는 면하기 힘들다. 한국은 일본, 중국의 핵단지로 둘러쌓여 있고 비좁은 남한에 21개의 원자로가 있다. 20년 이상 된 고리 1호기는 지진에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고 싸구려 영변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백두산 화산 폭발을 촉진시키며 서해는 죽음의 핵바다로 변하고 금수강산은 30년 이상 불모지로 변할 것이다. 유령도시가 된 후쿠시마 원전 근방 사람들은 벌써 자취를 감추고 개들만 얼씬거리고 있다.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고집불통 인간이 하늘높이 쌓아올린 바벨탑의 밑바닥을 조물주의 큰손이 계속 흔들어대고 있다. 일본의 재난이 앞으로 한국에도 올 수 있는 경고임을 무시하지 말고 이를 거울삼아 유비무환 미리 대비하자. 겸손히 조물주 앞에 엎드려 그의 경고를 귀담아 듣자. 지구의 종말은 이 어리석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앞에 더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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