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페 식당의 한복

2011-04-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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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복식가)
최근 우리 조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충동 신라호텔 부페 식당에서 한복을 입은 손님을 드레스 코드가 맞지 않아 이미 예약되었던 손님입장을 거절하여 사회가 시끄럽게 된 이야기다. 지금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끼어 잘 나가고 있는데, 미국에 살면서 이래야 저래야 하는 것은 좀 분수없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으로 몇 자 적고 싶어진다. 더구나 복식 분야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헤드라인 만을 보면, 아니 오페라 극장에서 이브닝 드레스 차림 아니면 입장이 거절되었던 반세기 전도 아닌 이 시대에 그까짓 부페 식당에서 드레스 코드를 쳐드니 우습고 불쾌한 것 같아 문제가 일고 있지만, 그 사회 아니 여기서 사는 우리도 언제부터 인가 이성 보다 감정을 앞세울 때가 많아 흥분할 문제도 아닌 것을 갖고 가끔 흥분한다. 이번에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그 사회에서 꽤 명성이 있는 한복디자이너가 신라 호텔측에 문제를 제기한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일반에게는 의복이며 격을 높여 의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 상식이며, 한복에도 격식이 있고 단아한 우리의 고유 의상을 우리가 지키고 바르게 입는 것을 제창한 석주선 교수 같은 인물이 있었지만, 근래 한복 디자이너란 해괴한 명칭을 붙인 사람들이 나와 한복을 사랑한다며 격식도 없는 희안한 디자인의 한복을 마구 만들어 세계화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 대담한 것은 옛 왕실 의상을 함부로 끌어들여 대중 드라마 의상으로 보여져서 행세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고급 한복인양 아무 곳에나 입고 다닌다. 너울거리는 그 거치장스런 바로 그 점을 아마 호텔측에서 염려한 것 같다.


부페는 앉아서 서브를 받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테이블에 복잡하게 놓인 음식을 집는데 그 고급 한복 자락에 음식이 묻기도 하고 다른 손님에게 거추장스러워 손님들로부터 불평이 들어와 영업상 한복손님을 제한한 것 같다. 바람직했던 것은 그런 불편을 잘 설명하여 손님으로 하여금 차차 자제하도록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런 일로 마치 큰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호텔사장이 직접 한복 디자이너에게 찾아가 사과를 한 체통도 우습다. 우리에게는 언제 부터인지 나만의 즉 나혼자만이 갖거나 우월해서 나만이 돋보여야 하는 과장 풍조가 팽배해있다.

중도가 없는 ‘이그재주레트(exaggerate)’ 즉 ‘지나친 과장스러움’은 편안해야 할 균형을 잃는다. 옷차림은 나를 위해서이지만 색깔이나 모양이 남에게 거슬러 보이는 것이 다 그런 것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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