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이 바르면 붓도 바르다

2011-04-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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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자유기고가)
우리 몸은 오감에 의해 감지된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 귀를 통하여 들리는 소리, 코를 통한 냄새, 입으로 느끼는 맛, 그리고 손과 피부를 통한 신체적 접촉으로 느끼는 감각, 이 다섯 가지 오감은 신경망을 통하여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뇌는 신속히 판단을 한다. 좋다, 나쁘다, 뇌의 판단이 결정나면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명령을 한다. 물론 오감 외에도 외부로부터 돌발사건이 일어나면 초고속 비상망을 통해 뇌의 판단 없이 적시 행동으로 행하는 시스템이 우리 몸에는 있다.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 같은 것이다. 이것은 세포 하나하나에 오래전부터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에 훈련이란 이런 경험적 인식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전위 예술은 프랑스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중심으로 기성의 관념이나 유파(流波)를 부정하여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이룩하려던 초현실파들이 세계1차대전 때부터 유럽에서 일으킨 예술운동이다.

전위(前衛)란 앞서 간다는 뜻으로 피카소(1881-1973)같은 천재 화가는 같은 세대 사람들보다 분명 앞서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의 그림 앞에서 아직도 좋은지, 나쁜지, 무감각 하다면 그것은 예술적 감각이 둔하다고나 할지 아니면 그림 보는 훈련이 1세기를 뒤쳐져 살아가는 사람인지 그림쟁이인 나로서도 헷갈린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보다 먼저, 남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높이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최고의 높은 자리는 외로움이라는 것이 언제나 동반한다. 왜냐하면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이 빗나갈 때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뒤쳐져서 우리의 옛것을 찾아보며 천천히 가는 것도 하나의 멋이다.

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민화는 우리 민족의식세계를 장수(長壽), 벽사(僻邪), 복록(福祿), 숭문(崇文), 풍수(風水), 범신(汎神), 효행(孝行) 등 기존의 화법에 구에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문자와 사물이 절묘하게 결합해서 다양한 색채로 생활 정서와 기질, 종교적 성향, 윤리사상에 응하기 위한 꾸밈없는 표현을 함으로써 이미지의 전달이 피카소 못지않게 조형적 우수성을 갖춘 작품들이 수 없이 많다. 해서와 행서에 능했든 유공권(柳公權·778-865)에게 우매한 황제 당 목종은 어떻게 붓을 다루는 것이 좋은가 하고 용필법에 관하여 물었다. 그때 그가 한 말이다. “심정칙필정(心正則筆正)마음이 바르면 붓도 바를 것입니다. 마음이 바르다면야 어디 붓 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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