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 재앙을 이겨내는 일본인들

2011-04-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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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중 돈(법정통역사)
지난달 일본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지진과 쓰나미가 마을 전체를 휩쓸었고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로 흘러나오는 방사능 오염은 어쩌면 일본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대 참사로 이어졌다.나는 이번 일본 참사의 중심지인 센다이를 불과 몇 해 전에 친구를 찾아 다녀온 적이 있다. 나는 이 곳에서 얻은 많은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있는 터이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의 경관
들이 이번 쓰나미에 쓸려 가버렸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가슴 저려 온다.

이번에 일본인들은 또 한번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 참변에도 내놓고 울부짖거나 몸부림치는 소동을 볼 수 없었고 차분히 질서를 지키며 견디는 높은 인내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놀랍고도 고운 예절을 보여 주었다. 나는 이런 일본인들은 항상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삼간다는 뿌리깊은 예의를 센다이에서 몸소 겪어 보았고 이미 그때부터 이런 일본인들의 예절을 부러워 해오고 있던 터였다. 센다이의 그 친구는 뉴욕에서 살다가 그곳으로 간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좌측통행인 일본의 자동차 교통 규칙이 아직 익혀지지 않아 미국식 우측통행 식으로 운전하는 버릇이 남아 있어서 여러 번 교통사고를 낼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때마다 주위의 일본인 운전자들은 이런 사정을 짐작해 오히려 웃는 얼굴로 길을 양보해 주는 미덕 때문에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놀라움은 일본에서는 음주운전 사건이 거의 없다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일본이 보여준 높은 예절문화를 전 세계가 높이 평가하고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 일본의 중진 언론인은 이번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조용하고 차분한 태도는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운명론에 의한 자포자기적인 태도라며 오히려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남의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 즉 ‘메이와쿠’ 라고 부르는 예절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러운 모범이다. 나는 서울의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사건 때 구출 현장을 보여주는 TV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랍고 실망스러운 장면을 잊지 못한다.

주위에 둘러 싼 그 많은 구경꾼들이 무지막지 악을 쓰듯 떠들어대는 고함소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무질서의 전형이었다. 이번 대 재앙을 맞은 일본인들의 놀라운, 질서있는 태도를 본 세계인들은 이 재앙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일본인들은 분명 멀지 않은 장래에 더 아름답고 새로운 놀라운 문명의 삶의 터전을 재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의 높은 문화 의식과 저력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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