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사능 공포

2011-04-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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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은 이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 느닷없이 닥치는 자연재해에다 이제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까지 겹쳐 지구상의 인류는 이제 어디서든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의 원전사고가 지난 1986년도 발생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가져온 지구촌의 대재
앙과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악몽으로 몰아넣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사망자(2005년 기준) 9300명, 방사능질환자 200명 이상, 방사선 치료자 70여만명 등 심각한 결과를 낳은 20세기 최대의 참사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사능 낙진이 대량으로 공기중에 흩날려 약 800만명이 직, 간접으로 방사능에 노출됐고 33만명이 이주하는 대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의 후유증은 최근 동영상에서 본 원전사고 이후 유령도시로 페허가 된 마을의 전경은 물론,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상태의 끔찍한 신생아모습이 잘 말해주고 있다. 태어난 유아의 엉덩이에는 공만한 크기의 큰 혹이 하나 붙어 있었고 어떤 아기는 코 밑에 커다란 물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등, 너무나도 끔직하고 흉측한 모습이었다. 천형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25년전 악몽이 이제 또 다시 현실로 다가와 우리들의 삶과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일본에서 방출되는 방사능물질은 공기중에 바람이나 비, 혹은 바닷물, 지하수에 스며들어 한국이고 미국이고 전 세계 어디든 안다니는 데가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은 한국 전역에, 미국 캘리포니아 등 15개주에서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어 은연중에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방사능 물질의 오염으로 농축산물과 해산물은 물론, 수돗물까지 경고가 내려지는 등 국민들의 식생활은 물론, 생활전반에 큰 우려와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인이 손에 땀을 쥐며 매시간 방영되는 보도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방사능의 위험이 치명적이라는 점에서다.

벌써부터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사람들이 불안감에 방사능 예방약품인 요오드화 칼륨을 서둘러 구입해 재고량이 모두 동이 난 상태이고 제약회사가 또 다시
요오드화 칼륨 재생산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하루속히 세계를 위협하는 원전의 문제를 특수 천으로 막든 콘크리트로 막든 해결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움츠려들고 있는 경제에 더욱 찬물을 끼얹고 생활 반경을 점점 더 좁아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뭐하나 속시원히 풀리는 게 없는 마당이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는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가. 일본원전 인근의 바닷물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에서 몇천 배, 몇만배나 되는 양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일본정부가 원전지하수 보관시설 등에 고여있던 오염수를 이미 바다로 방출했다고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큰 일
아닌가.

한국에서는 일찌감치 방사능 공포때문에 아이들을 뉴욕의 친척집으로 보낸 집까지 있다고 하니 마음이 산란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는 전국에 방사능 비가 올 것이고 이번에는 남서풍이 불면서 방사능물질의 직접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런 보도에 솔직히 걱정 안 되는 한국인이 있을까. 이제 어쩌면 너도 나도 서둘러 아이들부터 어딘가로 안전하게 내보내려고 난리들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제는 어디가도 문제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도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한반도 백두산의 화산폭발 경고나 미국의 옐로스톤 화산폭발 가능성 등의 관측들을 보면 이제는 지구촌 어디고 안심할 곳이 없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그렇다면 요오드칼륨이 함유된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겸허한 마음으로 매사를 하늘에 맡기고 조심스럽게 잘 살아가면 될 일 아닌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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