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회하는 계절

2011-04-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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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지금은 기독교의 사순절이다. 사순절(四旬節 Lent)이란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말하며 예수의 고난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보는 참회의 계절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니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도 울어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사순절에 진한 눈물을 한 번 흘려보는 것도 평생에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양파를 쓸다가도 눈물이 나오지만 그런 자연발생적인 눈물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울어나는 회개의 눈물 말이다. 천국에서의 기쁨은 회개로써 그 첫 촛불이 점화된다. 회개는 용서의 피치 못할 선행조건이다. 간절한 양심의 부르짖음 없이 구원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회개는 두 개의 눈을 가졌다. 하나는 눈물 고인 눈으로 지난날을 돌이켜 보는 눈이며, 다른 하나는 감격에 찬 눈동자로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다. 회개는 나만이 알고 있는 이웃과 가족과 하나님을 향한 잘못을 정직하게 고백하는 행위이다.하나님은 회개하는 마음을 가장 향기로운 제물로 받으신다. 유창하게 기도하며 자기를 내세우는 바리새인은 전형적인 종교인이었다. 그러나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세리의 기도가 구원으로 인도하는 길임을 가르치셨다. 회개란 하나님 앞에 겸손해지고 자기의 자랑과 능력을 포기하며 하나님의 용서에 매달리는 믿음의 행위이다.


회개는 뉘우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회개는 변화의 결단이다. 예수는 간음한 여자를 향하여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요8:11)고 하셨다. 회개가 마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변화된 삶에 있음을 지적하신 것이다.
회개란 ‘일단 정지’이다. 빨리 달리다가 직각으로 회전하려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 회개이다. 자기의 힘에 의한 스피드를 일단 포기하고 하나님의 은혜의 힘에 자신을 위탁하는 것이 회개이다. 회개란 나의 약점과 나만이 아는 나의 취약점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고백하고 자비를 구하는 복종의 태도이다.

크리스천이란 남달리 착하거나 거룩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회개한 사람을 가리킨다. 회개한 죄인, 아니 날마다 회개하는 죄인, 그래서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서 날마다 노력하는 사람을 크리스천이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고백하는 사람, 고백하는 교회, 고백하는 국민이다. 선악과에 대한 금계를 내릴 때 하나님은 “이 과일을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고 하셨다. 그러나 금계를 깬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서 추방시켰을 뿐 죽게 하지는 않았다. ‘고백’은 용서를 낳는다. 1000가지의 선행을 쌓아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인간의 기술과 재물로 바벨탑을 쌓아도 하늘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신의 진노를 잔잔케 하는 유일한 제물이 바로 회개이다.

슬픔을 나누며 함께 울 상대가 필요하다. 아픔을 나누어 이야기할 친구가 필요하다. 공개하기 어려운 문제를 털어놓을 목사나 스승이 필요하다. 깡패끼리 의리가 좋고 술꾼끼리 막역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까지 털어놓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가까워야 할 부부나 부자 사이에도 먼 경우가 많은 것은 몸만 가까울 뿐 자기의 약점이나 비밀을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와 회개는 하나님께 털어놓는 행위인데 이것은 심리적으로도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함께 땀 흘리고 상처를 싸매주는 장소가 있다. 함께 회개하고 함께 믿음을 고백하는 장소가 있다. 나를 버리고 오직 하나님께 목소리를 합하여 ‘아멘’하는 장소, 그 곳이 교회이며 천국이다. 예수는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하셨다. 회개가 선행되지 않은 예배는 무효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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