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융자 재조정, 허위 과대광고 조심해야 한다

2011-03-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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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아직도 숏세일 매물이 많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관계로 페이먼트가 어려운 홈오너들이 점점 많아지기도 하고 집값이 떨어져 집에 걸린 빚이 집값보다도 훨씬 많은, 소위 말하는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페이먼트가 힘에 겨워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집을 숏세일로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융자조정을 시도하는 홈오너들이 많은데 은행에서 융자 재조정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데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어 그 규정에 해당되는 채무자만이 융자 재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집을 살 때 무리해서 융자를 받았던 우리 한인들의 경우, 융자재조정을 받기 위해 은행에서 요구하는 자격 조건에 미달하여 현실적으로 재조정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고되기만 한 이민생활 중에 최고로 좋은 일이라면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과 내 집장만이 아닌가 싶다. 아주 어렵게 장만한 집을 포기한다는 것이 실제로 닥쳐온 어떤 어려움 이상의 고통과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원금삭감이나 융자 재조정을 시도해 보지만 성공 확률은 아주 낮은 편이며 그런 급한 마음의 집소유자들의 심리를 노린 허위 과대광고에 현혹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어렵지만 꼬박꼬박 페이먼트를 하며 집을 지키려 최선을 다 하던 홈오너들이 융자 재조정을 시도하다 페이먼트가 밀려 생각지도 않게 차압이 되기도 하고, 숏세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홈오너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꽤 많이있다.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가진 것처럼 자격이 되지도 않는 홈오너들에게(안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융자 재조정을 통해 월 페이먼트를 줄여 주거나 심지어는 원금삭감도 쉽게 될 것처럼 말하여 선금을 받아낸다. 물론 융자 재조정을 대행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과 변호사들이 모두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믿을 만한 업체들은 선금을 받지도 않는다.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직업정신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융자 재조정을 시도할 때 선금을 받는 것이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의뢰자가 만족할 만큼 재조정에 성공한 후에 수고한 비용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호사의 경우엔 선금을 받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일단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만달러 이상을 받고 융자 재조정을 시작한다. 어떤 경우엔 임대용 부동산에서 나오는 월 임대수입을 수임료 대신에 받는 변호사도 있었다. 재산을 지키려는 생각에 매달 렌트를 거두어 은행에 페이먼트를 하는 대신, 여러 달에 걸쳐 변호사에게 지불하고 있는 중 느닷없이 차압통지서를 받았다며 하소연을 해오는 부동산 소유주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신문광고도 보았다. “은행에 페이먼트 하지 말고 한 달에 얼마씩 나에게 내면 당신의 집에서 오래 살게 해 드립니다.” 이 광고는 불법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은행 쪽에서 보면 불쾌한 일이겠다. 결국엔 집살 때 돈 꾸어준 은행을 상대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소송을 걸고 시간을 끌다가, 혹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버텨보다가, 최종적으로는 파산선고를 한다면 상당히 오랜기간 버틸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 이 아니겠냐는 것으로 보였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법을 이용해서 (어느 쪽은 반드시 손해 보는 쪽은 생기겠지만) 고객에게 이득이 되겠끔 해줄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언가 결코 옳은 일은 아닌 듯 싶다.

어찌됐든, 실제로 일을 맡기고 나면 그 변호사 통화조차도 어렵고 결과는 대부분 융자 재조정이 거절되었거나 조정이 되었어도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액수여서 부정적인 결과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차압된 집을 되찾아 주겠다고 돈을 받고, 나몰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런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위 뒤에는 융자 조정을 하려는 홈오너들에게서 몇천달러에서 몇 만달러까지 받은 돈을 모으면 꽤 큰 몫돈이 되니, 변호사로서의 책임감이나 명예보다는 한번 크게 벌고 말자는 한탕주의의 만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건의 융자 재조정을 해주겠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선금을 받아 챙긴 변호사가 종적을 감췄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제 지난 이야기이고, 요즈음은 어느 분야나 발전하고 진화하게 마련인지 몇몇 변호사들의 행태도 마찬가지여서 잘 될 것처럼 큰소리치며 받은 돈을 챙긴 다음, 이제는 융자 재조정에 실패한 홈오너들에게 융자 소송을 하게 하여 소송비용을 더 받아내거나, 숏세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권유하고 커넥션이 있는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넘기기도 한다.


그 에이전트로부터 어떤 물질적인 보답이 있을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하므로 숏세일 경험이 많고 전문지식이 있는 에이전트보다는 변호사 사무실과 연계된 몇몇 에이전트들에게 숏세일 매물이 편중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리고 숏세일 셀러 중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통하면 페이먼트를 내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을 맞긴다고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숏세일은 리스팅을 받은 부동산 에이전트가 은행과의 협상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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