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기의 미녀는 가고~

2011-03-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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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가도 세월은 남는 것이 이 세상인 것 같다. 제 아무리 세상에 둘도 없는 미인이라도 사람의 한계인 수명만큼은 넘어서지를 못하는 것. 79세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수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세기의 미녀였다. 그것도 국경을 초월하고 동양과 서양을 떠나서 그녀는 흠모를 받았다.
그녀의 이목구비와 몸매, 그리고 눈빛은 남자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고도 남을 만 했다. 그런 그녀지만 결혼을 8번이나 하며 술 중독에 빠져서 살았던 노년의 삶은 매우 외로운 생이었다. 한 번의 결혼은 알콜중독치료 요양원에서 만난 남자간호원도 있었다. 또 영국배우 리차드 버튼과는 두 번씩이나 결혼했었다.

제임스 딘하고 록 허드슨과 같이 열연했던 ‘자이언트’를 보면 그녀의 섹시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볼록한 가슴과 개미처럼 가느다란 허리며 사람을 삼킬 듯이 들여다보는 푸른 눈빛과 쭉 뻗은 다리. 그 어떤 남자도 ‘자이언트’에 나오는 이 여인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남자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후기 작품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에서는 그녀의 노년의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다. 술 중독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자기 자신의 생처럼 연기했다. ‘버지니아 울프~’에선 ‘자이언트’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가녀린 모습은 간 곳이 없다. 뚱뚱해진 그녀, 머리는 헝클어지고.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중에 ‘춘래불사춘’이란 시가 있다. 꽃샘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는 요즘 날씨와 어쩌면 그렇게도 내용이 맞아떨어지는지. 원래 이 시는 동방규가 한나라 원제의 후궁이었던 왕소군을 흠모하여 쓴 시이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하며 그는 그녀를 사모했다. 왕소군은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명이다. 그녀의 미모가 얼마나 출중했는지 기러기가 쳐다보다 넋을 잃고 날갯짓을 잊어버려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세 명의 미녀는 양귀비와 초선과 서시다. 양귀비는 당 현종의 후궁이자 며느리로 안녹산이 양귀비에 반해 난을 일으켜 당나라를 멸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게 한다. 춘추전국시기의 월나라에서 태어난 서시는 장자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극찬해 쓰기도 했다. 어느 날 서시가 마음속의 근심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렸다. 이마를 찡그려도 아름다운 서시를 보고 동네 모든 여인들이 이마를 찌푸리고 다녔다는 얘기다. 삼국지 소설 속 인물로 나오는 초선도 그 미모가 출중해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기의 미인을 얘기하자면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파스칼은 말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영화로 만들어진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을 맡아 클레오파트라 역을 실감이상으로 열연해 수많은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시저가 살해된 후 로마는 3두 정치, 즉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레피두스가 로마, 서부로마, 아프리카를 통치하여 균형을 이루어 나갔다. 그런데 옥타비아누스의 여동생 옥타비아와 부부지간이었던 안토니우스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에게 반해 결혼하게 된다. 자연 옥타비아와 이혼하게 되면서 동부로마와 서부로마가 권력투쟁을 하게 되고 결국 전쟁까지 간다.
이집트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연합군을 만들어 옥타비아누스와 대전하는데 전세가 불리하자 클레오파트라가 전장을 이탈한다. 이에 안토니우스는 전투를 포기하고 클레오파트라를 따라간다. 안토니우스는 추격에 못 이겨 자살하고 만다. 이후 로마는 공화제에서 군주제로 바뀌고 초대 황제로 옥타비아누스가 등극하며 세계의 지도가 바뀌게 된다.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세상은 여자가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자는 미녀들에게 약하다. 신정아씨가 미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추군 댔던 전 한국의 국무총리가 요즘 뉴스로 오르내린다. 남자는 못 말리는 것 같다. 클레오파트라, 서시, 초선, 양귀비, 왕소군, 엘리자베스 테일러. 모두 가고 없으나 세월만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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