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 황금의 거대한 모래성

2011-03-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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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민 자 (의사)
3월 20일 서방 연합군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카다피(Gaddafi) 4층 건물의 관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완전히 파괴되어 무너졌다. 이 관저는 인도와 중국 등 국제 VIP 손님을 접견하는 장소였다. 21세기 세계 패권을 움직이는 석유자원 확보의 검은 황금의 거래장소였다.리비아를 공습하던 날은 공교롭게도 8년 전인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선제공격을 하던 같은 날이다. 그날 하늘을 치솟는 불기둥 검은 연기로 덮인 이라크 수도는 잿더미가 되었다. 융단 폭격과 첨단무기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이었다. 이어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날, 어느 미국병사와 시민들이 시내 광장에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을 쇠줄로 묶어 땅으로 끌어내리는 숨막히는 역사적인 장면이 TV로 전세계에 생중계 되었다.

폭격으로 아수라장의 생지옥으로 변한 이라크 수도는 시민들이 박물관으로 몰려들어가 전시되어 있는 유물을 마구 때려부수고 훔쳐 달아났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제국의 아카아디언 왕의 조각이 시민들에 의해서 귀가 잘려나가고 수염이 깎이고 목이 떨어졌다. 고대문명의 찬란한 왕조의 상징인 왕의 조각과 사담후세인의 동상은 같은 날 동시에 비운을 맞이했다.
현지에 파견된 특파원들은 7000년 이상의 기나긴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단 48시간 내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인들을 경악과 충격에 빠지게 한 날이다. 역사적인 아이러니는 고대문명의 꽃을 피운 요람지 땅의 후예들이 인류문명의 퇴화를 보여준 야만행위였다.

이라크를 점령한 연합군은 아무 저항 없이 탱크와 장갑차는 시내를 관통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저항세력의 잇단 자살폭탄 공격으로 전쟁은 깊은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8년이라는 지리멸렬한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처는 봉합되지 않았는데 다시 아랍국가에 리비아 맹 공습이 시작되었다. 미국 국방부가 브리핑에서 “미군의 군화가 리비아 땅을 밟게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힌 것도 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일 것이다.
경쟁회사들을 치열한 싸움으로 무자비하게 쓰러트리고 석유황제로 군림한. 존 록펠러는 석유를 “악마의 눈물” 이라고 불렀다. 악마의 눈물은 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전성기 무대는 아라비아 반도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국제상업 네트워크였다. 지금은 황금빛 달빛이 쏟아지는 아랍의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는 낭만적인 낙타의 느린 행렬은 사라지고 아랍의 모래사막은 피로 물들고 있다. 종파로 찢어진 내전으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21세기 분쟁지역은 송유관을 통해 거대한 유조선에 실려 각국으로 흘러가는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이다.지금도 리비아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던 미군 전투기가 추락했으나 다행히 탑승한 조종사들은 구출되었다는 긴급뉴스가 숨가쁘게 보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주변의 여러 아랍국가들도 시민혁명으로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리비아 시민혁명 이후 벼랑 끝에 몰렸던 카다피가 유목민들이 쓰는 터번과 기이한 옷차림으로 과거 미국이 트리폴리를 폭격하여 파괴된 건물을 배경으로 한 국영방송 성명에서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리비아의 송유관과 석유생산 시설을 파괴하겠다.” 라고 광기 어린 연설로 큰 소리를 쳤다.

그는 장기집권의 독재기간 북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국인 리비아에서 석유를 수출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애매모호한 미국과는 달리 연합군은 카다피의 은신처를 공습하는 것이 타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고 통치자의 통제력을 잃고 있고 고삐를 잃은 미친 말처럼 달리던 카다피가 모습을 또 드러냈다. 사담 후세인의 거대한 동상이 쓰러지듯 그가 쌓은 검은 황금의 거대한 모래성도 무너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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