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배심원제도의 도입

2011-03-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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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중 돈(법정통역사)

한국에서 최근에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소송절차에 미국식 배심원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일부 이의 시험적인 재판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사법연수원에서 수련중인 연수생들이 이 제도의 견학을 부탁해 왔다. 배심원제도는 재판절차에서 법관이 아닌 일반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회의에서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이다.

배심원제도는 무엇보다도 소송절차에서 일반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원래의 취지에서 보자면 가장 민주적인 절차같이 들린다. 더구나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거의 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국의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하는 현실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주 중요한 사법절차의 발전으로 보인다.그러나 불행히도 이 제도의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본래의 이상이 오염되는 결과를 보아왔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우리는 6.25 전쟁 중에 공산당 무리들이 소위 인민재판이라는 제도를 악용해서 인민의 뜻이라는 표면적 눈가림으로 수많은 왜곡된 재판을 해온 것을 기억한다.
그것은 인민들의 의사라는 이름으로 그 여론을 오도하고 조작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배심원 제도의 가장 중요한 보호막은 이런 배심원들의 의사에 외적 영향을 배제해야 하고 이해 당사자인 검찰이나 변호인이 배심원의 결정을 유도하거나 영향을 주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미국 국민은 헌법 규정에 의하여 누구나 배심원으로 근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업을 제쳐놓고 나가야 함으로 온갖 구실로 이 의무를 면제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배심원 후보자가 직업상 또는 다른 부득이한 사유를 내 놓고 근무를 면제받게 된다. 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후보자 중에서 법원에서 일일이 그들의 적합성을 심사하게 되고 검찰과 변호인도 각기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특정 배심원을 거
절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런 절차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실제 배심원으로 근무할 인원을 선정해 놓고 보면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은퇴한지 오래된 노인들이거나 사회적으로 뚜렷한 활동이 없는 사람들로 배심원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성된 이들 배심원들이 과연 사건의 흑백을 정의롭게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나 사회적 정의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보편타당한 민의를 대변한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배심 재판에서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수 없이 경험해 왔다. 그래서 법원 주변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다. “실제로 유죄인 경우 배심원 재판에 가서 무죄 평결을 얻어내는 기회를 볼 수 있지만, 무죄인 경우에는 반대로 배심 재판에 가서 터무니없는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죄라면 배심재판을 피하는 것이 좋다.”한국은 인간관계가 유난히 얽혀있는 사회이다. 이런 환경에서 감정적 영향을 배제한 공정한 판단이 과연 가능할까. 앞으로 이 제도가 한국에서 얼마나 정의롭게 발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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