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을 향해 마음을 열자

2011-03-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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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드디어 봄이다. 봄의 훈풍을 마시며 그대의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대는 너무 빨리 달리고 있거나 영혼의 창문에 먼지가 쌓여있을 것이니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마음을 씻는 봄 청소를 하자. 꽃봉오리도 맺고 풀잎도 돋아나는데 편견과 아집의 작은 상자에서 뛰쳐나오라. 어두운 겨울옷을 벗는 나무들처럼 아픈 과거와 쓰라린 생각에서 벗어나 찬란한 구름을 쳐다보자. 버들강아지
눈뜨고 집집마다 창문을 여는 이 봄날에 그대도 영혼의 눈을 열어 꿈틀거리는 저 힘찬 생명들을 호흡하지 않으려는가? 좁은 고치에서 해탈하는 나비처럼 시시한 생각과 까다로운 마음과 꼬이고 맺힌 한에서 시원하게 풀려나라.

기대에 어긋났던 일도 겨울날처럼 잊어버리자. 놓쳐버린 돈도 잡지 못한 기회도 겨울바람처럼 잊어버리자. 뼈에 사무친 미움도 용서할 수 없다고 다짐했던 원한도 지겹던 눈보라처럼 잊어버리자. 싱그러운 금잔디가 다시 돋고 있지 않은가! 대자연이 앞을 다투어 새 출발의 행진을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 남몰래 흘리던 눈물도 혼자 내뿜던 한숨도 이젠 잊어버리자. 어이없이 뱉은 거짓말도 느닷없이 남을 중상한 실수도 다 잊어버리자. 봄이다. 그렇다. 봄이 왔다. 당신도 새 출발 할 수 있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듯 당신도 욕심과 허무한 꿈에서 깨어나라. 찌푸리고 일그러진 얼굴에 웃음을 되찾으라. 굼벵이가 매미가 되듯 땅만 보던 시선을 하늘을 향하여 높이 들라.


봄의 태양을 바라보며 힘차게 새 출발하자. 불안을 털고 염려를 던져버리고 내일을 바라보며 전진하자. 지저분한 화젯거리에는 벙어리가 되고 뜯어 내리는 얘기판에는 귀머거리가 되고 남의 실수에 대해서는 장님이 돼라. 너무 많이 짊어지려 하지 말고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말고 가벼운 여장으로 다시 출발하자. 봄철에 마음이 들뜨고 나다니고 싶도록 에너지가 발동하는 것은 햇빛의 영향이라고 알란 펙 박사는 설명한다. 해가 길어져 빛이 눈의 각막을 자극하고 그 결과 수면, 식욕, 성욕 등을 발동시키는 ‘하이포탈라므스(Hypothalamus)’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학적인 설명이야 어쨌든 봄은 사람을 활동적으로 만드는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우주가 꿈틀거리는 이런 때에 당신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봄에 사랑도 무르익어 결혼도 많고, 화를 분출시키는 이혼도 많고, 춘투란 말이 생길 정도로 젊은이를 거리로 내모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봄의 활력을 그대는 건설적으로 승화시켜 행복한 열매를 맺게 하라.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변함없이 맥 빠져 누웠던 벌레의 온상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기적과 사랑하는 기쁨을 맛보라. 뉴저지 파라무스의 신체장애자 재활병원에는 20년째 살고 있는 흑인 조이스 애킨스 부인이 있다.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고 자신은 전신마비가 되어 목부터 아래는 쓰지 못한다. 그러나 미술에 소질이 있어 입에 붓을 물고 그림 그리기를 배웠다. 세계 명화들을 옮기며 특히 밴 고흐의 그림을 즐겨 옮긴다. 해마다 이 그림들을 팔아서 흑인이 아닌 백인이나 타 인종 장애자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 애킨스 부인의 보람이요 기쁨이다. 긴 세월 인종차별을 해온 우리 한국인이 배워야할 봄바람 같은 소식이 아니겠는가!

봄의 메시지는 ‘희망’이다. 희망이란 두 글자만큼 위대한 말은 없다. 그것은 그대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희망은 당신의 시간에 활력을 주고 그대의 앞날에 밝음을 약속한다.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그러지지 않고 궁지에 몰려도 빠져나갈 길이 있다.”고 바울은 고백하였다. 이런 희망을 그는 부활의 신앙이라고 불렀다. 그리스도가 부활하여 내 속에 살아 계시다는 믿
음은 용기와 재기의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한 해는 봄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루는 아침으로부터 시작한다. 언덕의 이슬은 진주처럼 빛나고 하나님은 저어기에 계시니 오늘도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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