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 움직이는 지구

2011-03-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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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방사능 누출로 인해 일본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진과 쓰나미로 공식 집계만 1만여 명이 사망 내지 실종됐다. 사망·실종된 숫자는 앞으로 십만 여명은 족히 넘을 것 같다. 통계도 낼 수 없는 극한 상황이다.

그래도 살아 있을 생명 하나라도 찾기 위해 구조대는 여념 없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전들이 줄줄이 폭발하여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주민들이 대피했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 일본 국왕은 사상 처음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란다. 원전의 상황이 예단하기 어려운 점을 깊이 인식하고 관계자들이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왕은 “거국적인 구호 활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위 속에 음식과 음료수, 연료부족으로 힘든 피난생활을 겪고 있다”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 구호활동에 나선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해외언론들이 일본인이 질서 있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모두가 손잡고 불행한 시기를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쓰나미가 지나간 일본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시의 폐허가 된 집 안에서 일본 구조대원에 의해 생후 4개월 된 여자아기가 구조됐다. 구조대원이 그 아기를 안고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 전 세계에 전송됐다. 이 뉴스를 본 모든 사람들은 아기의 살아있음을 하늘에 감사하고 한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다시 느꼈을 것이다.후쿠시마현 후타바 앞바다에선 지붕에 올라타고 표류하던 한 60대 남성이 44시간 만에 구조됐다. 13일 오후 미야기현 나토리시의 한 양로원에선 노인과 직원 등 80명이 옥상에 고립된 지 50시간 만에 보트로 구조됐다. 센다이시의 한 30대 남성은 물살에 휩쓸린 속에서도 주택 천장에 머리를 대고 호흡하며 버티다 구조되기도 했다.

반면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은 살려주고 자신은 쓰나미에 휩쓸려 죽은 한 여성도 있다. 미나기현 미나미산리쿠의 동사무소 한 여직원 미키(25)는 직원들과 방재대택 청사에 남아 쓰나미가 오니 빨리 대피하라고 동네사람들에게 방송하여 그녀의 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밀려드는 물살에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폭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은 일본만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 인류 모두의 고통일 것이다. 이미 일본을 돕겠다는 나라가 100개국이 넘어섰고 수많은 나라와 구호단체들이 일본에 구호물품을 보내며 돕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100여명이 넘는 구호대를 보내 고통분담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대재앙 탓에 덕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다. 민주화를 이루어보겠다고 일어난 시민반군들이 세계의 주목이 일본에 모두 모여 리비아 사태엔 관심을 놓고 있는 사이 정부군의 공세에 밀려 수세에 몰려있다는 소식이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이 방송에 나와 시민군의 진압은 시간문제라 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살아있음을 직감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만큼 사람의 감각과 지각은 한계를 갖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주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태양도 살아있고 지구도 살아있다. 이번 일본의 대지진만 해도 그렇다. 땅이 살아 꿈틀대니 그 꿈틀댐으로 인해 지각의 판도가 바뀌며 발생한 것이 지진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일본열도 전체가 약 2.4미터 정도 움직였다고 한다. 한반도도 몇 센티미터 정도는 움직여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떻게 지구가 꿈틀댈지 궁금하다. 지구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자신들을 지탱해주는 지구와 자연을 너무 가혹하게 대해오지 않았는지 돌이켜 볼만 하다.

그렇다. 인간은 지금까지 자연에 대해 저질러온 많은 죄과에 대해 반성은 반성대로 해야 할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각변화의 원인도 그중의 하나에 속할 것이다. 고통 속에 있는 일본, 인류전체가 분담해야 할 것이다. 쓰나미 속에서도 살아남은 4개월 된 여자아이의 기적 속에서 일본과 인류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아야겠다. 그리고 지구가 살아있음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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