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 대재앙이 주는 교훈

2011-03-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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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지구촌 곳곳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봄페이 최후의 날’ 영화가 떠오른다. 분화가 터져 잿가루와 경석이 우박처럼 쏟아지면서 유황연기가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 도시전체가 파괴되는 내용의 이 영화는 천재지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장면이 실제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속속 재현되고 있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러시아 천재소년 예언가, 일명 보리스카는 한 대륙에서 3차례의 대재앙이 올 것이라며 3년 뒤에는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부는 보리스카가 예언한 재앙이 지난 2008년 중국 스촨성의 대지진이 1차재앙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지금 자연의 대재앙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일본의 현장도 이의 한 단면일까... 일본의 대참사는 마치 영화에서나 본 듯 매우 충격적인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거세게 밀려온 쓰나미와 대지진은 일본의 동북부해안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삼켜버릴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수만명의 주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생존자들은 모든 것을 잃고 지금 깊은 절망과 슬픔속에 빠져있다. 일본의 현실은 마치 대전쟁을 치른 후의 참사 그 자체다. 게다가 일본열도는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누출, 추가 원전폭발과 여진우려 등으로 전 국토가
그야말로 거의 절망적 수준이다. 이런 대 재앙에 온 세계가 놀라고 이들이 처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너도 나도 발벗고 나섰다. 이 판국에 “일본의 재난은 마땅하다”며 독설을 퍼붓는 일부 한국의 네티즌들이나 일본재난은 우상숭배로 인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원로목사의 발언 등은 정말 어이가 없다 못해 너무도 한심하다.

일본이 행한 역사적인 과오로 한국인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응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재지변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돌을 던지는 일은 해야 할 자세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최악의 고통에 처해있는 이들을 돕는 일이 우선이다. 이번 대참사로 트위터에 올라온 한 일본여성의 애절한 절규는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죄 많은 일본이지만, 한국 여러분 기도해 주십시오. 전철도 모두 멈추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도 집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또 하나, 현장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 이메일도 들어왔다.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가족들은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아기에게 줄 분유조차 없어 미안하다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 사람들은 이미 눈물을 흘릴 수도 없고 마음이 그냥 황량할 뿐이다. 부모를 잃은 아이, 딸의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 형과 누이를 잃은 소년이 불안에 떨며 울먹였다.” 이것이 지금 가까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인종, 피부 등을 초월해 모두 한 지붕, 한 가족이다. 이들의 고통은 곧 우리의 고통이요, 슬픔인 것이다.

이참에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해외 언론들이 격찬한 것처럼 엄청난 대재앙 앞에서도 모두가 의연하게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인내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 질서정연한 아름다운 시민정신이다. 아울러 대자연 앞에 우리 인간은 모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서 얻어야 하는 겸허한 자세다. 우리는 이번 일본의 참혹한 피해현장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인간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간 것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인간에게 준 자연을 잘 가꾸며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라고 한 신의 명령을 잘 따라 살아야 하는 게 우리 인간의 소명이다. 그렇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며 인간들이 서로 다투며 교만함과 욕심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고 산다면 어떻게 될까? 소돔과 고모라성이 ‘유황과 불’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신은 또 우리 인간을 불이든 물이든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칠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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