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어려울 때 받는 도움

2011-03-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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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휩쓴 강진과 쓰나미 사태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희생자 규모가 수시로 곱해지는가 하면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14일 현재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번 대재앙이 가져오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아직 가늠하지도 못할 정도이다. 또 그 참혹함은 TV 특집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뉴욕에도 실시간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어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할만하다.

그나마 세계 각국이 일본을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달랜다. 미국 케이블 TV 뉴스 채널 MSNBC는 지난 일요일 ‘일본 사태’ 특집 방송을 통해 이미 현장에서 일본 돕기에 나선 미 해군들의 활동을 보도하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수색 및 구조대원들을 파견했다”고 알렸다.방송이 국제사회의 지원 소식을 전하며 미국과 함께 유일하게 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물론 한국이 일본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언론 보도 차원에서 볼 때 독도와 동해, 교과서, 정신대 등 문제로 과거에 툭하면 일본과 마찰을 빚어온 한국이 재앙을 맞은 일본 지원에 나섰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일 양자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한.미 관계가 강화됨에 따라 그동안 미국이 한반도와 지역 안보를 위해 추구해온 한.미.일 3자 관계가 돈독해지는 ‘새 구도’가 형성됐음을 동시에 알리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사실 이번 일본 대재앙 소식을 처음 접하고 한국이 대일 감정에 얽매어 생색내는 차원에서 지원 시늉을 할까 은근히 우려했다. 한국의 과거 대일 관계를 볼 때 ‘고소하다’는 메시지가 내포된 그런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사실 한국은 일본의 지배와 6.25 전쟁, 그리고 분단이라는 고통을 극복하고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문턱에 서있다.


국제사회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놓여있다. 세계 그 어느 곳에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고통에서 해방되도록 앞장서서 도와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한국의 국격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국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 것은 바로 이번 일본 대재앙과 같은 국제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선두에 설 국력을 갖췄다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한국의 신속한 대일 지원 결정은 참으로 다행이자 잘한 일이다.그러기에 그 지원은 신속에서 그쳐서만은 부족하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에 이어 14일 재차 일본 지원 의지를 확인했듯이 한국도 긴급구조대 파견에 이어 일본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일본은 이번 대재앙으로 1주일, 1달, 1년, 10년, 심지어는 100년에 걸쳐 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만일 한국이 이러한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일본과의 깊은 역사적 골을 메우는 큰 발걸음이 될 것이다.한국이 전달하는 물, 식량, 담요, 의약품 등 긴급 구호 물품들과 더 장기적으로는 복구와 재건, 경제 지원 등 혜택을 입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결국 한국인들을 향해 다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어려울 때 받는 도움은 무엇보다도 그 따뜻한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는 진리에서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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