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은 기회의 땅

2011-03-15 (화)
크게 작게
백 춘 기(자유기고가)

MB정권 이후 급속히 냉각되어간 남북관계 속에서 저주의 땅으로 곤두박치든 북한의 주가가 바닥을 친 것 같은 기미가 보인다. 한때 나의 나라에서 지금은 나의 조국으로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해외동포야 말로 조국은 하나라는 차원에서 한반도를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국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보다 큰 그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지금 거창한 통일문제나 이를 둘러싼 주변정세를 논하고저 함이 아니다.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런 실력도 없다. 북한땅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평생 품안에 간직하여온 한 한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저 한다.

6.25전쟁 1.4후퇴에 휘말려 함흥에서 남한에 내려온 김일석(가명) 사장은 일찍이 미국에 이민 왔다. 본인 말대로 장사라면 자신있다는 김사장은 사업에 대성하여 굴지의 자산가로서 80대인 지금도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김사장은 수준급의 골동품수집가로서 골동품복원가인 나와는 오랜 세월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전의 일이다. 롱아일랜드 김사장집에서 술잔을 나누며 골동야화에 얽힌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다말고 안방에 들어가 작은 보퉁이를 들고나와 내 앞에 놓는다. 누렇게 바랠대로 바랜 광목보자기를 풀고 역시 누렇게 바랜 신문뭉치를 펼친다. ‘조선노동신문’ 특호활자 제호아래 ‘1949년 6월16일’이 선명하다. 만면에 웃음을 띤 김일성 사진 그리고 만세 만세 만세! 나는 질린 표정으로 김사장을 쳐다보았다. 무표정이다.


신문지 속에서 한 문서를 꺼내 내 눈앞에 바짝 들이민다. ‘대일본제국 조선총독부 함경남도 함흥군청 발행 토지문서이다. 김사장이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연다. “백선생 내고향 함흥에 있는 우리집 내집 땅문서요, 그 집에서 우리집안 3대가 내리 꼼짝 않고 살아온 땅이요 집이라오”. 김사장은 술로 목을 추기고
말을 계속한다. “지난 노무현 시절 이북에 가서 안내원에 빽 써가면서 함흥 고향집도 둘러보고 왔습니다. 그때 나는 통일도 가까워오고 그럼 함흥 내땅도 기회의 땅이 될 것이고 그 땅에 투자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백선생 생각해 보시오, 한국신문을 보니까 일정시대 친일질해서 조선총독으로부터 하사 받은 땅을 국가가 환수 국토로 귀속시켰는데도 친일파 손자가 소송해서 이겨 땅을 차지했다는데, 여기 이 이름 우리아버지 이름이요...내 땅 잃으면 죽인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소...”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북쪽땅은 기회의 땅이 아니겠는가. 기회는 노력여하에 따라 어떤 가능성과 희망을 약속한다. 그렇게 퍼준다고 난리를 쳤던 평화공존의 지난 10년, 남북간의 우리민족은 민족의 동일성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그리고 통일의 가능성도 가슴으로 느꼈다. 그래서 김사장도 함흥땅문서를 움켜쥐고 기회를 염원하였던 것이다. 통일의 그 날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