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2011-03-11 (금)
크게 작게
이 종 식(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의장/뉴욕한인식품협회 회장)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쏜 화살과 같다고 했는데 신묘년 새해도 어느덧 춘풍에 못 이겨 기지개를 켜면서 그 동안 엄동설한에 숨죽이고 있던 새싹들이 피어오르고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와서 설국(雪國)을 연상케 했던 동장군의 분신들이 녹아 흘러 내리는 소리가 우리들의 귀를 간지럽히고 있다. 자연의 섭리가 이렇듯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를 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펼쳐 질 것으로 믿는다.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성큼 다가오는 봄과 함께 생각해 본다. 아름다운 모습이란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멀리 떠나 있는 가족을 위하여 비는 어머님의 모습, 혹은 성모 마리아 앞에서 기도하는 수녀님과 같은 모습이아닐까? 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12시간씩 서서 캐셔 일을 보는 아낙네의 모습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시장에 나가 물건을 실어다 가게에 진열하는 남정네의 모습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이 왜 아름다운가? 공통된 특징이라면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땀을 흘리며 혼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애쓰고 노력한 결과는 하늘의 몫으로 그 뒤에 따라오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넓고 큰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큰 마음이란 말이나 행동, 생각하는 바가 넓고 큰 데서 나오는 것이다. 큰 그릇이 되려면 오랜 기간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렇게 완성된 그릇은 예전에 스스로 작고 삐뚤어지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기도 했던 많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주위의 다른 많은 모양의 그릇들을 품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큰 그릇은 천천히 늦게 만들어 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하였다.

속이 꽉 찬 큰 그릇 주위에는 조그만 그릇들이 부딪치면서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커다란 물줄기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작은 물줄기를 끌어안고 도도히 흐른다. 살다 보면 인생은 마감할 때까지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慾) 속에 갖가지 감정이 수없이 교차하고 흥망성쇠(興亡盛衰) 가운데 굴러간다. 아무리 가파르고 굴곡진 경지라도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최선다해 묵묵히 이행한다면 자신의 생은 물론, 자신이 속한 사회도 아름답게 굴러가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