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2011-03-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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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의 서울을 가다

서울 사람들의 걸음은 빠르다. 느긋함과 여유보다는 변화와 첨단을 추구하는 서울.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서울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도시일 수밖에 없는 듯싶다. 캘리포니아의 햇살마냥 삶의 방식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LA의 변화 속도보다 삶의 방식이 다이내믹한 서울의 변화 속도가 더 빠른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때문에 서울은 방문할 때마다 새롭다. 참으로 신선하다.

그렇다고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며 한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참으로 우리의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인 것이다.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했다. 매 순간마다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도시, 서울을 돌아봤다.


서울은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빠른 도시다. 전통과 최첨단 문화가 함께 숨 쉬는 서울은 방문할 때마다 새롭기만 하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전통 예절을 배우는 학생들.
<서울시 제공>


강남 미디어 폴·광화문 광장·청계천 변화무쌍 ‘속도감’
남산골 한옥마을·인사동 길 둘러보면 옛 전통미‘그대로’

■ 강남 미디어 폴

서울 강남의 교보타워 사거리에 뭐 볼 것이 있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주는 볼거리와 놀 거리가 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쪽으로 760미터 도로에는 걸어오다 보면 하늘로 길게 뻗어 있는 11미터의 막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30미터 간격으로 늘어선 22개의 ‘미디어 폴’(Media Pole)이다.

강남구가 서울 디자인 거리 조성산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미디어 폴은 LCD 화면의 터치스크린을 갖춘 첨단 구조물이다. 영상작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와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로 기능이 나뉜다.

영상작품은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미술작품이 각박한 삶에 활력소가 되어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키오스크 기능이다. 미디어 폴에 내장돼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포토 메일 기능은 미국에 있는 친구들을 배 아프게 할 서울여행 생색용 ‘인증 샷’ 을 찍기에 그만이다.

이 날의 날씨, 영화, 연예 뉴스 등도 바로바로 검색할 수 있다. 심심한 사람들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LCD 화면의 터치스크린을 눌러가며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신사동 가로수 길


LA에 로데오와 멜로즈 애비뉴가 있다면 서울에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이 있다.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 현대 고등학교 앞으로 통하는 곳은 가로수가 심겨진 ‘예술의 거리’다. 춘삼월 이지만 아직 겨울 같은 쌀쌀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느라 가로수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여름에는 파릇파릇한 가로수 잎이 지친 도시인들의 숨통을 트여준다고 한다. 특히 가을에는 낙엽이 지는 풍경이 너무나 예뻐 일부러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신사동 가로수 길은 곳곳에 유닉한 매장과 샵이 가득하다. 한국 최고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고급스럽지만 결코 고리타분하지 않은 디자이너들의 부틱과 함께 걸치면 ‘연예인 필‘ 제대로 낼 수 있는 ‘힙’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모아 놓은 ‘컬렉션’ 매장이 위치한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커피샵과 영화나 드라마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예쁜 식당들도 즐비해 있다. 브런치 카페와 와인 바도 가득하며 거리 자체가 예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득해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곳이다.

•웹사이트: www.hellostreet.net


서울은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서울 곳곳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환전소들이 많다.


‘첨단’을 꿈꾸고… ‘옛것’을 지키고…

■ 남산골 한옥마을

우리 몸의 DNA 속에 꿈틀거리는 한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고 싶을 때 남산골 한옥마을을 방문해 보자. 지난 1998년 개관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전통 한옥 5동과 전통 공예 전시관, 전통 정원, 타임캡슐 광장으로 구성된 전통마을이다.
일단 남산골 한옥 마을의 가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타임캡슐 광장은 그 아이디어부터가 독특하다. 서울 600주년을 맞아 서울 시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600개의 품목을 선정해 타임캡슐에 담아 지하 15미터에 매장해 놓은 것. 이것은 400년 후인 2,394년에 개봉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정원은 남산의 구릉지와 계곡을 완만하게 조성하고 곳곳에 누각을 설치해 쉬어가며 서울 시내 전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5동의 한옥 가옥들은 민속자료로 지정된 서울 시내 23채의 전통 가옥 중 변형이 가미된 것을 제외한 순수혈통의 한옥들이다. 이들은 원래 삼청동과 제기동 등 다른 곳에 있던 가옥들인데, 이들 집을 하나하나 뜯어내 이전한 것이라고 하니 그 정성과 노력에 감탄을 안 할 수 없다.

한옥마을에서는 예절 배우기, 국방 공예, 서예, 한시 등의 전통문화 강화가 열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어린 자녀들, 혹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 친구들과 함께 가기 좋다. 명절에는 각종 민속행사와 함께 전통 민속놀이 재현 행사가 열리며, 전통공예 기능을 전승, 보급하는 무형문화재 시연 및 한국의 소리 공연도 펼쳐진다.
•웹사이트: hanokmaeul.seoul.go.kr

■ 광화문 광장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중심거리인 광화문. 지난 2009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는데, 과연 차량 중심의 거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중앙에 조성된 광화문 광장은 ‘광화문의 역사를 회복하는 광장’ ‘육조거리의 풍경을 재현하는 광장’ ‘한국의 대표 광장’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문화 광장’ ‘도심 속의 광장’ ‘청계천 연결부’ 등으로 구성된다.

각 광장들은 각각의 테마를 지녔다.

예를 들어 세종로 공원주변 구간인 ‘육조거리의 풍경을 재현하는 광장’에는 과거 한양의 중심거리였던 육조거리의 흔적을 재현하고 이를 형상화한 축소 모형도 설치, 역사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세종 문화회관 앞에 자리하는 ‘한국의 대표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을 이전하고 분수를 이용한 워터스크린을 통하여 한글을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특히 밤에는 푸른빛이 뿜어 나오는 수경 시설이 장관을 이룬다.

광화문 광장은 또한 똑똑한 곳이다. 세종 문화회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문화 광장’에는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전시장이 있다. 만남과 약속의 장소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을 통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문화 갤러리 등도 들어서 있다.

■ 청계천

사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청계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게 된다. 자동차 매연과 탁한 공기, 고가도로의 그늘 등으로 어둡고 지저분했던 청계천 주변 상가 촌이 잉어가 서식하는 맑고 깨끗한 물의 생태 하천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도심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줄 것만 같은 산책로와 인공 폭포와 돌다리, 아름다운 조형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 지친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청계천은 각 구간별로 달라지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근처에 광화문 광장, 종로, 인사동, 명동, 동대문 등 샤핑 명소들로 연결이 되니 보행 네트웍의 역할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고 하겠다.

물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축제도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일 년 내내 청계 광장과 청계천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가 펼쳐지며 시민들의 발길을 끈다. 특히 전 세계의 문물들을 등으로 표현하는 ‘청계천 등 축제’는 최고의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웹사이트: cheonggyecheon.or.kr

■ 인사동

오래 되고 낡았지만 소중한 한국 전통 물건들이 가득한 인사동은 언제 방문해도 아름다운 곳이다. 큰 대로를 중심으로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 길 속에 전통 공예점과 화랑, 전통 찻집, 전통 음식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인사동의 맥을 이어온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화랑은 100여개가 있다. 한국화에서 판화, 조각전까지 다양한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순화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 화랑 10여곳을 둘러볼 수 있다.

인사동을 더욱 가볼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이곳에 밀집한 전통 찻집과 음식점이다. 맛깔스러운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각 상점마다 저만의 독특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재미와 멋, 흥을 느낄 수 있다.

인사동의 가장 큰 특징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다는 것이다. 이날 인사동은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거리에는 흥겨운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각국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이 신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웹사이트: www.insainfo.or.kr

■ 삼청동

서울시에 의해 2010년 ‘아름다운 단풍 길’로 선정된 삼청동 길. 최근 가장 ‘물오른’ 지역이 바로 삼청동이 아닐까 싶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청와대와 총리 공관 쪽으로 오르는 길이 삼청동 길이다. 오래 전부터 유서 깊은 동네였던 만큼 이곳에는 예스러움과 전통의 미를 물씬 풍기는 한옥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각종 갤러리와 현대식 카페가 공존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아름다움이 맞물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옥을 개조한 예쁜 카페에 마음을 빼앗기고 걷다가 금방 나오는 초현대 감각의 갤러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삼청동은 화랑과 박물관 등 문화공간이 가득하며 고급스럽다. 청와대 앞길은 복잡한 서울에서 한적한 도심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하니 남녀노소 모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원래는 산과 물이 맑고 인심 또한 맑고 좋아 ‘삼청’(三淸)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인심도 좋을 것만 같은 이 거리.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강남역 인근에 세워진 미디어 폴. 첨단 하이텍을 선도하는 한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은 LA에 비해 무척 편리한 곳으로 느껴진다. 유명 상품 매장에서부터 카페와 식당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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