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을 먹자’

2011-03-10 (목)
크게 작게
대학 캠퍼스의 잔디밭에서 한 소년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한 늙은 교수가 오더니 거기서 뭘 하는지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피리를 불고 있으며, 그 피리 소리가 높이 날아서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였다. 교수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간다고? 난 안 보이는 걸" 소년이 대답했다. "선생님은 보이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손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어요"
문을 나서지 않고 어떻게 세상의 일을 알 수 있을까?

창밖을 내다보지도 않고 어떻게 자연의 법칙을 이해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세상 만물의 모든 이치가 너무 멀어서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을 나는 피리의 선율이 소년의 손바닥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한창 젊은 시절. 정말 서서히 소년 아이 티를 벗고 있던 때에 많은 문학작품을 대했다. 그 당시에 을유문화사에 출판한 세계문학전집 50권을 필자에게 내미신 아버님의 선물은 큰 축복이었던 것 같다.

구미 문학 중심의 전집은 정말 충격이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 주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행동추구 형과 탐험 심, 도스토에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에서는 제정 러시아의 침울하지만, 인물들의 심리상태의 묘사, 정말 알 수 없는 여성 캐릭터의 미묘하고, 섬세하고, 무모한 감성, 프랑스 문학에서는 사치스럽지만, 화사하고 개방적인 독특한 문학적 정취가 생활 속에서도 살아있고, 활기 있어 좋았다.

그들의 생활 속에 문학적인 향기가 배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정지용 시인은 어떤가! 정말 대단한 표현력의 대가이다. 시인의 대표작인 ‘향수’를 대하면 필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들의 고향에 가 있다.

그 옛날 우리의 시골 풍물이 연상된다. 실개천이 보인다. "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 피 금빛 게으른 웃음을 우는" 여기에 풍요가 있고 "엷은 졸음에 겨운 아버지"에는 우리들만의 평화가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에서는 우리의 평범한 그러나 훨씬 다정한 우리만의 미인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문학에서 단백하고 순수함을 배운다. 사랑을 배운다. 아무튼 고전 문학작품의 섭렵은 한 사람의 평생을 이끌어가는 큰 골격이 될 듯싶다. 남가주로 이민을 온지가 삼십년 되어 간다.

이제는 한국 생활의 기억들이 점점 잊혀가고 있다. 그렇게 꿈에도 보이던 광화문이나, 그 옛날 살던 길 골목길의 꿈들이 안 보인다. 오랜 부동산업 일을 하다 보니, 매물이나 계약서만 꿈에 나타난다.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데 말이다. 요즘 불경기의 여파로 힘든 시절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대한다. 인생 전반전은 정말 화려하게 보내셨다는 선배 한 분을 거의 35년 만에 만났다. 인생 후반전에 이렇게 고전하면서 삶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노라고 전한다. 아주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자동차 세일을 하고 있는 선배의 모습에서 큰 도전을 받았다.

그 옛날 수려하고 잘 생겼던 선배의 모습을 기억해 보았지만 변하고 바뀐 모습이 더 수수하고 멋지단 생각이 든다. 새롭게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동이 온다. 스캇 선배 참 훌륭합니다. 후반 전 역전 드라마 볼 겁니다! 오래오래 옆에서 보아야 예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립다. 나태주 시인의 짧은 시 한편을 소개한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맞는 말이다. 자세히 보면 세상은 다 곱다.
옆에 함께 오래오래 있으면 누구나 사랑스러운가 보다. 참 인생은 감동이다.
(714)713-2494


마이클 방
’비’ 부동산 로랜하잇츠 지사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