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말리아 해적, 그들은 누구인가?

2011-03-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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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어려서부터 모험소설을 즐겨 읽고는 했는데 그 중에서도 북유럽 해적 바이킹의 무용담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았던 도적들이었어도 그 거칠고 용맹스러움에, 그리고 유럽의 역사를 바꿔놓았을 만큼 강하고 큰 힘을 가졌던 용사들이라 해적이라는 단어조차 미화되어 멋있게 들렸었는데 꼭 나만 그랬던 건 아닌 모양인지 아직도 바이킹이라는 말이 상호나 상표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된다.

그렇게 옛날 얘기로만 생각되던 해적이야기를 요즘 뉴스를 통하여 자주 접하게 된다. 그 주인공들인 소말리아 해적들 중 몇 명이 지난 번 삼화 주얼리호 구출작전 때 생포되어 한국으로 이송되었고 며칠 동안 줄곧 TV 화면에나 신문에 보도되곤 했다. 그런데 그들이 교도소에서 제공된 음식을 맛있게 다 비웠다는 소식도 못마땅하게 들릴만큼 밉고 한편으론 초라해 뵌다.

금미호를 비롯하여 여러 척의 한국어선이 그들에게 납치되어 선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기도 하는 등 곤욕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더 걱정인 것이 요즘도 하루에 10여 척의 한국 선박이 소말리아근해를 지나간다니 언제 또 피랍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아한 건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 소말리아는 1980년대인가 한국과 정식으로 국교가 수립되었던 민주국가이고 88올림픽 때는 서울에 선수단까지 파견하였던 아프리카에선 안정된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 데, 왜 그런 나라에 해적이 들끓게 되었을까?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문제가 되고있는 현대사회에서 3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여 가장 역동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 기회의 땅이고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등 생활용품의 소비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지구상의 마지막 블루 오션이라는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 왜 유독 소말리아에만 해적이 들끓고 그 나라 정부에선 왜 자국 범죄자들을 방치하는지 여러 가지로 궁금한건 필자뿐만 아니다 싶어 이 나라에 대해 공부해 본 것을 적어본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대륙 동쪽 끝에 있는 소말리아는 남쪽으론 케냐, 서쪽으론 에디오피아와 접해있고 동쪽으론 인도양을 마주하고 있는 고온 건조한 반도의 나라이다. 물론 지금과는 무역의 규모가 크게 달랐겠지만 소말리아는 고대로 부터 세계상업의 중심지였다. 그 시대 소말리아는 고대 이집트 등 근동국가들에게 유향, 몰약, 향신료 등 그 때의 귀중품을 공급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소말리아는 여전히 탄탄하여 19세기 말 제1차 세계대전 중에도 유럽제국주의의 침략을 면한 아프리카 유일의 독립국가였던 나라이다. 유감스럽게도 전쟁 후 남북으로 나뉘어 영국과 이탈리아, 두나라의 보호령이 되었었으나 1960년대 독립하여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1990년대 국내의 정치적 혼돈으로 내전이 일어났고, 소말리아 과도연방정부와 반정부군인 이슬람전사의 대립이 길어지고 국가는 무정부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어 어떤 외세의 침략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뿔의 위쪽에 해당하는 소말리아의 영해인 아덴만에 외국의 저인망 어선이 침입해 무차별하게 불법어획을 해 가고,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의 선박들이 근처 해안에 산업폐기물을 투척해 소말리아 어부들이 생업의 터전을 읽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들이 어부들을 해적으로 내어 몰게 되었고 이에 내전 경험이 있는 전직군인들이 합세하고 GPS등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가담해 지금은 적어도 소말리아에 다섯 개의 해적조직이 있고 각 조직의 인원이 1,000명 정도씩 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이제는 이들이 생계형 해적에서 기업형 해적이 되어 이웃나라 케냐 외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에만 미화로 환산해 1억5,000만불을 약탈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양의 서쪽 끝에 속하는 에덴만지역이 세계 무역로의 중심이라 국제무역에 방해가 되고 세계 식량이동의 90%를 차지하는 해상 운반에 장애가 되어 식량원조 조달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과응보랄까 누군가 약한자를 괴롭혀 불법으로 작은 이익을 취한 것이 빌미가 되어 큰 재앙이 되어 모두에게로 다시 돌아오고만 것이다.

이렇게 피해가 늘어가자 2008년에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해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이 소속된 나라에 소말리아의 해적활동을 저지할 수 있도록 군사지원을 요청하였으니 외국군대의 소말리아 영해진입을 유엔이 결정한 것이다. 이에 NATO동맹국들의 연합해군을 비롯하여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해군을 이 지역에 파견하였고 대한민국도 얼마 전에 원거리 전투순찰임무를 띤 청해부대를 파견하였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해적이 되었던지 불법이 정당화될 수도 없고 용서될 수도 없는 일이나, 정치가들이 권력을 잡기위해 분열하여 다투고 있던 지난 20여년동안 그들은 2000년을 넘게 이어 온 유서 깊은 한 국가를 해적의 소굴이 되게 했으며 그 해적들이 다쳐도 치료받을 병원 조차 없어 이웃나라 케냐의 병원으로 가야할 만큼 낙후되게 하였으니 소말리아국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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