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선은 또 다른 선을 낳는다”

2011-03-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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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사회 2팀 차장)

법구경에는 ‘선은 또 다른 선을 낳는다(Good begets good)’는 구절이 있다. 신약성경에도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그 행한 대로 보응하시되…(중략)선을 행하는 각 사람에게는 영광과 존귀와 평강이 있으리라. 이는 하나님께서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심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은 평소 자신이 행한 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뜻으로 선을 행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이 두 구절이 자주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는 추방위기에 처한 김병만씨 때문이다. 김씨는 백색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딸을 위해 가족과 함께 도미했지만 얼마전 운전면허 갱신 신청 도중 서류위조 사실이 드러나 갑작스레 추방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김씨의 숨은 선행이 하나 둘씩 알려지면서 김씨에 대한 한인사회 구명운동이 탄력을 받으면서 또 다른 선을 낳고 있다. 대금연주자인 김씨는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양로원, 병원, 노숙자센터 등을 방문, 한인 및 타인종 노인들을 위로했다. 또한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뉴저지한인회와 뉴저지상록회 등지에서 대금을 가르치며 국악보급에도 앞장섰다. 특히 지난해 가을 극단 모노드라마가 기획한 백혈병 애니아나 양 돕기 ‘팰리세이즈팍 아티스트 나잇’ 공연에도 출연해 병마와 싸우는 백혈병 소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감동을 받은 극단 모노드라마의 이수경 감독이 이제 거꾸로 어려움에 처한 김씨 돕기에 앞장섰다. ‘김병만씨 가족돕기 자선음악회’를 열어 김씨의 딱한 사정을 한인사회에 알리는 한편 직장까지 잃게 된 김씨와 그의 가족을 위한 후원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자선음악회에는 국악인과 음악인, 무용인 등 평소 김씨와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한인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다.

4월13일로 예정된 추방재판을 비롯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한인들의 염원에 힘입어 김씨가 추방되지 않고 영주권을 취득,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과 함께 미국사회에 잘 정착하길 바란다.이를 위해 현재 전개 중인 김씨 추방판결 반대 청원서 서명운동 및 후원금 모금행사 등에도 한인들이 적극 동참, 또 다른 선을 이뤄나가는 한인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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