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적 사고와 미국적 사고의 차이

2011-03-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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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우(KAPAC 회장)
이번에도 큰 화두로 떠올랐던 한국의 통합군사령부 설치가 다시 없던 일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몇번의 정권에서 시도했다가 무위로 끝난일이 또 반복되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한국과 미국의 사고의 차이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미국적 사고는 항상 현실을 인정하고 조화하려는 경향이 있고, 한국적사고는 현실은 차치해 두고 무리를 감수하면서라도 효율성을 강조하여 통합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미국은 정책이나 제도는 잘 바뀌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반면에 한국은 자주 바뀌는 경향을 보게 된다.

한국군은 미군의 모델을 가지고 형성이 되어졌고 또 미군의 전술 전략개념을 배워서 오늘날의 현대화된 군대로 자라났다. 필자도 한국공군에 근무할때 미군교범을 이용하여 생도들의 군사훈련을 가르쳤고, 또 비행훈련시에도 미공군에서 개발된 모든 기량과 지식을 바탕으로 배웠다. 육군과 해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군의 제도와 편제도 대부분 미군의 것을 거의 따랐고, 미군과의 잦은 합동작전을 통해 더욱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왜 미군은 합동작전이 잘되는데 한국군은 안되는 것일까? 한국군은 현재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으며, 한미연합사사령부가 지휘하는 작전형태이다 보니까 공군도 그렇고 해군도 그렇다. 각 군이 미군과는 협조가 잘되는데, 자국군끼리는 합동작전 기회가 적어 국지전이 발생하여 한국군이 스스로 작전을 시행하려면 협조가 잘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제도만 바꾸려고 자꾸 통합군 운운하는데, 무조건 군대를 합쳐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합동작전이 잘 되지 않으면 합참이 주도해서 삼군이 협조가 잘되도록 문제점을 분석하고 자주 합동작전 연습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무기와 모든 작전환경이 전문화 되다보니까 각군의 특성이 더욱 고도화 되어 있고, 따라서 어느 때보다 국방을 위해서 삼군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최신예 전투기의 운용방법을 육군이 어찌 이해하며, 최신예 잠수함의 운용방법을 공군이 어찌 알겠는가? 서로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국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이 시대에 어느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통합성을 높이고 적은 비용을 절약하겠다고, 군의 통합 운운하는 생각은 군의 조직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은 돈을 아끼자고 많은 돈을 잃어 버리기 쉬운
생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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