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체자와 운전면허증

2011-03-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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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동역관)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이 일반적인 신분증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없는 불법체류자들은 신분증을 가질 길이 없어 고통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온갖 가능한 편법을 동원해서 적법하지 않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편법을 동원한 면허증을 가지게 되었더라도 가짜 주소지를 이용해서 만든 다른 주의 면허증이 아니고 위조된 가짜 면허증일 경우에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불법행위인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예를 들어 운전 중에 교통경찰의 검문을 받게 되어 면허증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더러는 경찰이 면허증이 있는 것만을 확인하고 검문을 끝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럴 경우에는 다행히도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컴퓨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면허증의 조회를 하는 경우가 되면 위조된 면허증이 탄로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법원이나 다른 사법기관에서 발행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지의 여부도 즉석에서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 동안 퀸즈의 검찰은 가짜 운전면허증을 사용했다가 체포된 사람들에게 관대한 처벌을 해 왔다. 가짜 운전면허증 소지는 법률상 중범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다만 도로교통법상의 무면허 운전 혐의로 낮추어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말았다. 이렇던 검찰이 최근에 와서 그 처분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종래에 간단히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위반(Violation) 급의 문란혐의(Disorderly Conduct) 로 처분해 주던 관례에서 이제는 법 그대로 중범혐의인 위조공문서 사용소지 혐의로 입건하고 있다.

최근에 한 중년의 한인 여인이 길에서 일어난 말다툼 때문에 경찰의 신분증 제시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여인은 가지고 다니던 위조 운전면허증을 신분증으로 제시했고 경찰은 즉석에서 이를 조회한 결과 위조라는 것이 판명되어 여인은 체포되었다.입건된 여인에게 검찰은 이때까지의 관례와는 달리 혐의 내용을 전혀 낮추어 주지 않고 법 그대로 중범혐의인 위조 공문서 소지 혐의로 입건하고 말았다. 중범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5년간의 보호관찰형(Probation)에 이민국의 추방조치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처벌이다.

종래의 관대했던 검찰의 관례를 잘 알고 있는 변호사가 검찰과 정성을 들여 협상을 벌여 왔으나 검찰은 A급 경형사범죄(Misdemeanor) 인 위조공문서 소지 미수(未遂) 혐의에 유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등법원으로 중범혐의 그대로 기소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해 왔다.더 이상의 선택이 없어진 여인은 하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사건은 종결되었는데 불법체류 신분인 이 여인에게 앞으로 이민국이 어떤 제재를 해 올지 두고 보아야 될 일이다. 차라리 무면허 운전이면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75달러의 벌금과 80달러의 부과금을 처분받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형사법상 중범혐의에 걸릴지도 모르는 위조면허증을 제시하는 멍청이 같은 짓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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